건설

이한우 체제 1년, 외형은 커졌지만 신뢰가 과제

한석진 기자 2025-11-20 09:00:00
민원·책임 공방 속 "홍보는 적극, 갈등 땐 모호" 평가… 장기 경쟁력에 부담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사진=현대건설]

[이코노믹데일리]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가 이달 말 취임 1년을 맞는다. 도시정비와 해외 원전 사업을 성장 축으로 삼아 외형 확대 성과를 기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수분양자 민원과 책임 회피 논란이 잇따르며 브랜드 신뢰가 흔들린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선임돼 올해 1월 공식 취임했다. 1994년 입사 후 핵심 보직을 거친 ‘정통 현대건설 출신’으로 취임 직후 도시정비 수주 확대와 해외 원전 시장 선점을 전략 목표로 내세웠다. 현대건설은 올해 8조6000억원 규모의 도시정비 사업을 확보해 업계 선두권에 올랐고 핀란드 신규 원전 EWA 계약과 미국 원전 해체 시장 진출 선언으로 글로벌 사업 무대 확장에도 속도를 냈다.

 

문제는 현장 민원과 책임 논란이 병행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산세마 현대프리미어캠퍼스 사태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분양자들은 분양 과정에서 “분양가의 70~80퍼센트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금융권에서는 감정가의 약 50퍼센트 수준만 대출 승인돼 잔금 확보가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등기율 저하와 입주 지연이 이어지자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도 열렸다.
 

수분양자들은 분양 당시 안내와 실제 대출 가능 금액 사이의 차이 때문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부 금융기관이 중도금 원리금 상환까지 요구해 부담이 커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남국 대통령비서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은 “자료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현장에서는 미입주 공간이 눈에 띄게 남아 있고 등기 신청률도 낮은 상황이 확인됐다. 공인중개사들은 “등기 신청 수요가 몰릴 시기인데 공실이 많다”고 설명했다. 분양대행사는 등기 유인을 위해 일정 금액 환급 프로그램까지 도입했지만 개선 속도는 더디다는 반응이다.
 

현대건설은 “지식산업센터 대출 여부는 금융기관 판단 영역이고 당사는 시공사”라며 책임 범위를 제한했다. 다만 분양 상담 과정에서 잔금 및 대출 관련 안내가 제공됐던 사실은 인정했다. 회사는 “시행사와 시공사와 수분양자 모두 시장 상황 변화로 어려움이 크다”는 입장이다.
 

“홍보 단계에서는 적극적이지만 갈등이 발생하면 책임 소재가 흐려진다”는 평가가 나오며 이는 장기적 신뢰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내 과정에서 발생한 불확실성과 책임 범위 설정 문제는 향후 도시정비와 민간사업 수주 경쟁에서도 부담 요소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무 성과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342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고 회사의 연간 목표치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수주 확대가 이익 증가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수주 확대만으로는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뢰 이슈가 반복되면 도시정비와 민간 수주 경쟁에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 취임 1년은 확실한 외형 성장과 동시에 신뢰 회복 과제를 남긴 시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현대건설의 핵심 과제는 규모 확대보다 약속 이행 가능성과 브랜드 신뢰 회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