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2025년 대한민국 통신업계를 강타한 사상 최악의 연쇄 해킹 사태가 결국 SK텔레콤과 KT, 양대 통신 공룡의 수장을 동시에 끌어내리는 거대한 쓰나미로 번졌다.
'AI 컴퍼니'라는 화려한 깃발을 내걸고 질주하던 두 회사는 기본적인 '보안'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좌초했고 이제 위기를 수습하고 무너진 신뢰를 재건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은 새 리더십을 맞이하게 됐다. 업계 3위 LG유플러스는 상대적으로 피해 규모가 구체화되지 않은 데다 홍범식 대표의 임기가 얼마 되지 않아 일단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SK텔레콤은 'AI 컴퍼니' 전략을 진두지휘했던 유영상 전 CEO를 4년 만에 경질하고 정재헌 대외협력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하는 충격 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명백한 '문책성 인사'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불리는 유심 해킹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SK텔레콤 역사상 첫 법조인(판사) 출신 CEO인 정재헌 신임 CEO는 당면 과제인 해킹 사태의 법적 마무리에 힘을 쏟는 동시에 흔들리는 조직을 추스르고 AI 전환의 동력을 되살려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게 됐다.
새로운 리더십은 '투톱'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신설된 통신 CIC(사내회사)장에는 한명진 SK스퀘어 사장이, AI CIC 대표에는 유경상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이 공동 선임됐다. 이는 법조인 출신 CEO가 가질 수 있는 실무 공백을 메우고 해킹 사태의 진원지였던 통신(MNO) 사업과 미래 먹거리인 AI 사업을 분리해 각각의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하지만 AI CIC 출범 한 달 만에 단행된 '특별 퇴직 프로그램'으로 인한 내부 반발을 잠재우고 전사적인 AI 혁신을 이뤄내는 것이 새 리더십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경쟁사인 KT 역시 수장 교체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9월 불거진 무단 소액결제 사태로 연일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은 김영섭 대표는 "사퇴를 포함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실상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KT 이사회는 이달 중 차기 대표 공모 절차에 착수한다. 구현모 전 대표 시절 '셀프 연임' 논란을 겪었던 KT는 투명성을 강화한 공개경쟁 방식으로 차기 수장을 선임할 방침이다.
차기 KT CEO에게는 허술한 보안 체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주어진다. 또한 김 대표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마이크로소프트와의 대규모 파트너십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AI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다만 양사의 위기 대응 방식에는 온도 차가 감지된다. SK텔레콤이 CEO 교체라는 충격 요법과 함께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반면 KT는 전 고객 유심 교체 여부조차 이사회 안건으로 부의하며 신중한(혹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KT는 "중요한 경영 사안이라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피해 고객들의 답답함은 커지고 있다. 결국 2025년 연말 통신업계의 화두는 'AI'가 아닌 '신뢰 회복'이 됐다. 해킹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른 두 통신 공룡이 새 리더십 아래 어떻게 환골탈태할지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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