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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교원창업 '소바젠', 난치성 뇌전증 신약 7500억 기술수출

선재관 기자 2025-10-09 12:11:26
KAIST 이정호 교수, 질병 원인 규명부터 신약 개발까지 주도 "기초연구가 산업으로"…의사과학자 성공 모델 제시
[이코노믹데일리] KAIST 교수가 설립한 바이오벤처가 난치성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7500억원(5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잭팟’을 터뜨렸다. 이는 국내 의사과학자(Physician-Scientist)의 기초 연구 성과가 창업과 기술사업화를 거쳐 글로벌 시장 진출로 이어진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진료실을 넘어 연구실로 연구실을 넘어 산업 현장으로’ 향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기초에서 산업으로’…10년 연구의 결실

KAIST는 9일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의 교원 창업 기업인 ‘소바젠(Sovargen)’이 개발한 RNA 신약 후보물질을 이탈리아 글로벌 제약사 안젤리니 파마(Angelini Pharma)에 기술이전했다고 밝혔다.

 
이정호 교수, 박철원 대표, 박상민 수석연구원. [사진=카이스트]

이번 기술이전의 시작은 10년 전 이 교수의 기초 연구에서 비롯됐다. 이 교수 연구팀은 난치성 뇌전증과 악성 뇌종양의 주요 원인이 ‘뇌 줄기세포에서 발생한 후천적 돌연변이’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 혁신적인 발견은 2015년과 2018년,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Nature)’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각각 게재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후 이 교수는 다국적 제약사 출신의 신약개발 전문가 박철원 대표와 함께 소바젠을 공동 창업하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뇌전증의 원인 유전자인 ‘MTOR’를 정밀하게 겨냥하는 RNA 기반 혁신 신약(ASO) 개발에 성공했다. 기초 연구에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실제 신약 후보물질 개발과 대규모 기술 수출로 이어진 것이다.

의사과학자인 이정호 교수는 이번 성공의 비결로 KAIST의 독특한 연구 문화를 꼽았다. 그는 “국내 의과대학은 환자 진료 중심 문화인 반면 KAIST는 혁신과 산업화를 중시하는 연구 문화를 갖춰 혁신적 기초 연구와 신약 기술 수출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며 “이번 성과가 앞으로 KAIST 의과학 연구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형 KAIST 총장 역시 “이번 성과는 KAIST가 추구해 온 ‘기초에서 산업으로(From Basic to Business)’라는 연구 철학이 의과학 분야에서도 현실로 구현된 대표적 사례”라고 화답했다.

◆ ‘순수 K-바이오’의 힘…글로벌 무대서 입증

이번 성과는 질병의 원인 규명부터 신약 개발, 글로벌 기술 수출까지 모든 과정을 순수 국내 연구진의 힘으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소바젠의 박상민 수석연구원(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은 “질병 원인 규명부터 신약 개발, 글로벌 기술 수출까지 모두 대한민국 과학의 힘으로 가능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소바젠 연구진 사진. [사진=카이스트]

박철원 소바젠 대표는 “KAIST와 이광형 총장님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의과학대학원과 교원 창업기업을 적극 지원해주신 덕분에 이번 성과가 가능했다”며 “한국 의사과학 연구가 세계 제약 산업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술이전이 기존 치료제가 없던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한국 바이오벤처가 ‘세계 최초(First-in-Class)’ 혁신신약 개발의 글로벌 경쟁 무대에 진입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