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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트렌드] 장난감이 아닌 '정서적 교감' 대상...中 '라부부', 이탈리아 MZ 사로잡은 비결은?

刁泽 2025-09-16 17:27:40
지난해 7월 5일 태국 방콕의 팝마트(POPMART·泡泡瑪特) 오프라인 매장 개업식에 등장한 라부부. (사진/신화통신)

(이탈리아 밀라노=신화통신) 중국 아트토이 브랜드 팝마트의 봉제인형 라부부가 이탈리아 밀라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앨리스는 행운을 기대하며 알레산드리아에서 밀라노까지 1시간 넘게 운전해 팝마트 매장에 도착했다. 라부부를 구매하기 위해서다. 앨리스에게 라부부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모두가 좇는 최신 트렌드이자 뛰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재미있는 액세서리로 통한다.

밀라노 현지 주민인 마르타는 운이 더 좋았다. 온라인 추첨을 통해 구매 기회를 얻은 마르타는 그 다음 날 밀라노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가인 코르소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는 매장으로 달려갔다. 마르타는 블라인드 박스를 품에 안은 채 열어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요즘은 어딜 가도 라부부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팝마트 매장 앞에 수십 미터의 장사진을 친 쇼핑객 중 일부에 불과하다. 매장 유리 너머로는 이들을 지켜보는 듯 눈을 크게 뜬 '못생겼지만 귀여운' 캐릭터 라부부가 진열돼 있다. 매장 안은 만원 지하철처럼 북적인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팝마트는 지난해 7월 첫 번째 이탈리아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올 6월 리나센테 백화점에 팝업 스토어를 열면서 매장을 확장했다. 현재는 두 번째 상설 매장을 준비 중이다.

마르코 아디존 팝마트 남유럽 지역 판매 책임자는 "고객 대부분이 밀라노에서 왔지만 베르가모, 베니스, 토리노, 심지어 로마와 나폴리에서 온 고객들도 있다"면서 "매일 매장 밖으로 길게 줄이 늘어서 있고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뜨거운 열풍의 주역은 팝마트의 몬스터 컬렉션에 등장하는 라부부다. 홍콩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룽카싱이 선보인 캐릭터다. 그의 기발한 세계관이 이탈리아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현지 고객들과 정말 잘 어울립니다. 스토리텔링을 좋아하거든요." 아디존의 말이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라부부를 통해 자기표현과 정서적 교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탈리아에서 팝마트가 급부상한 것은 중국 전통 요소와 현대 디자인을 융합한 '궈차오(國潮·자국 상품 애용)'라는 더 큰 흐름의 일부로 보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은 팝마트의 시각적 언어가 밀라노 패션 문화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 덕분에 한때 비(非)주류 분야였던 장난감이 주류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12일 베이징서 열린 '2025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팝마트 라부부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못생겼지만 귀여운' 미학에 대한 관심 증가, 열린 결말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갈망, 수집과 공유를 통한 사회적 참여...밀라노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든 라부부는 이처럼 3가지 흐름을 보여준다.

팝마트는 이탈리아 고객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더 다양한 캐릭터와의 협업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대중문화가 이탈리아의 패션 중심 정체성과 조화를 이루며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밀라노의 팝마트 열풍이 입증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