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부산도시공사 '무모한 환매권 소송'... 3년 끌어온 싸움 완패

한석진 기자 2025-09-18 09:00:00
법적 근거 부족한 채 대형로펌 동원했지만 연이은 패소... 혈세 낭비·사업 지연만 초래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들이 오시리아 테마파크 주변 도로확장공사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부산도시공사]

[이코노믹데일리]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대형 복합문화시설 ‘쇼플렉스’ 사업을 둘러싼 3년간의 법적 분쟁이 사업자인 아트하랑(라온컨소시엄)의 승소로 막을 내렸다. 부산도시공사의 환매권 행사가 대법원에서 최종 무효 판결을 받으면서 사업 재개의 법적 장애물이 모두 사라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아트하랑은 2021년 부산도시공사로부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6만7913㎡ 부지를 673억원에 매입해 지하 4층~지상 5층, 연면적 31만6255㎡ 규모의 복합문화예술타운 건설을 추진해왔다. 공연·전시·상업시설이 결합된 이 시설은 부산 동부권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거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그러나 착공이 지연되자 부산도시공사는 2022년 환매권을 행사하며 착공과 분양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1심에서는 도시공사가 일부 승소했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잇따라 패소했고, 결국 상고를 포기했다. 법원은 환매권 행사에 필요한 환매대금 지급이나 공탁 등 절차적 요건을 도시공사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순한 착공 지연만으로 계약 해제나 환매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특히 코로나19 등 불가피한 요인이 작용한 상황에서 일방적 환매권 행사는 법적 근거가 부족했다”고 짚었다.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다. 같은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다른 사업장들이 착공을 지연하거나 미착공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쇼플렉스 사업만 환매권 대상이 된 것이다. 부산도시공사가 김앤장 등 대형 로펌을 동원해 3년간 소송을 이어갔으나 연이어 패소하며 수십억 원대 소송 비용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공기업의 혈세 낭비와 법무 판단 능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아트하랑은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오는 10월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재개한다. 최근 ‘쇼플렉스 글로벌 파트너스 공동출범식’을 열고 국내외 투자사와 협력업체를 초청해 본격적인 사업 의지를 대외적으로 알렸다. 사업자 측은 “3년간의 분쟁으로 손실이 컸지만 이제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됐다”며 “해외 금융기관과의 투자 약정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아트하랑이 장기간의 지연으로 입은 피해를 근거로 부산도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투자 유치 차질과 착공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배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시와 감사원 차원에서 도시공사의 법무 대응 적절성과 예산 낭비 여부를 감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공기업의 성급한 법적 판단이 초래한 값비싼 교훈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충분한 검토 없이 환매권 소송을 제기해 3년간 사업을 지연시키고, 소송 비용까지 떠안은 결과가 됐다. 전문가들은 “공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법적 리스크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책임 있는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