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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한중교류] '중국-동북아박람회'서 나타난 韓기업의 中사업 전략 변화...'단기 개척'에서 '장기 사업 심화'로

金津秀 2025-09-04 18:13:44
지난달 27일 열린 '제15회 중국-동북아박람회'의 중요 행사 중 하나인 '2025 중국(지린)한국경제무역교류회' 현장을 사진에 담았다. (사진/신화통신)

(중국 창춘=신화통신) 최근 막을 내린 '제15회 중국-동북아박람회'가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중요한 창구로 다시금 주목받았다.

이번 박람회에서 한국 기업들은 ▷소비 식품 현지화 ▷바이오 기술 혁신 ▷첨단 제조 산업망 협력 등 부문에 집중했다. 중국 시장 진출 전략이 '단기적인 개척'에서 '장기적인 사업 심화'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 기업과 중국 파트너 간 하이테크 분야의 심층 융합은 이번 박람회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로 꼽혔다. 그중 한국 바이오테크 선도 기업인 제이씨바이오와 선전(深圳)화다(華大)스마트제조테크회사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8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양측은 한국 최초 DCS Lab 오믹스 프런티어 실험실을 가동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성과를 정밀 의료 등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다. 유재찬 제이씨바이오 창림자는 "앞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등 분야에서도 협력해 함께 시장을 키워나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제15회 중국-동북아박람회'에 마련된 동북아 경제무역 협력 성과전. (사진/신화통신)

한국 기업은 중국 소비시장의 현지화에 주력하며 전략적 변화를 보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이번 박람회에서 13개 기업과 함께 29종의 즉석 식품을 전시했다. '5분 만에 완성되는 한식 국 제품부터 전자레인지로 데워 먹을 수 있는 즉석밥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참가 기업들은 시식 체험과 라이브방송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현장에서 제품을 홍보했다.

이정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다롄(大連)지사장은 "이제 중국 시장에서 단순히 편의성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지 소비자의 식습관과 기호를 고려한 맞춤형 제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매운맛 도전'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판매 루트를 개척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사례처럼 회사가 '맛의 현지화+루트의 디지털화' 모델을 도입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젊은 층을 겨냥한 장기적인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망 협력과 지역 플랫폼 공동 구축도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 강화에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의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인 '2025 중국(지린)한국경제무역교류회'에서 중한(창춘)국제협력시범구는 한중도시우호협회, 한중경제문화교육협회와 전략적 협력 협의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첨단장비 제조 ▷광전자·정보 ▷대건강(大健康) 등 신질 생산력 관련 분야에서 협력 플랫폼을 구축할 것을 명확히 했다.

더불어 중한(창춘)국제협력시범구는 중국-상하이협력기구(SCO) 지방경제무역협력시범구와 손잡고 중국-유럽 화물열차 및 해외 창고 건설을 통해 동북아시아 물류 허브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한국 기업에 '중국 시장+동북아 파급효과'의 2개 루트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탕다펑(湯大鵬) 중한(창춘)국제협력시범구 관리위원회 주임은 현재 '시범구 내 산업단지' 운영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며 '한국 자본이 모이고 한국 기업이 신뢰하며 한국인이 편리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천경제자유구역,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등과 함께 협력 파트너 관계를 맺었다고 덧붙였다.

한국 기관들도 기업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다리를 놓으며 길을 닦고' 있다.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은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거점이 됐습니다." 고성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코트라) 창춘무역관장은 창춘시가 위치한 지린성이 소비 촉진과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며 특히 자동차·가전·소비재 구매 보조금 추진, 전자상거래 확대 정책 등 조치는 한국 기업의 자동차 부품, 스마트 가전 등 분야의 강점에 부합해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심화하는 데 중요한 전략적 뒷받침이 될 것으라고 설명했다.

코트라는 단순한 정책 연계를 넘어 실질적인 지원에 힘쓰고 있다. 이번 박람회 기간 코트라 창춘무역관은 지린성의 자동차, 의료바이오, 고부가가치 농업 등 중점 산업을 중심으로 10여 차례의 중·한 기업 매칭회를 열어 한국 기업들이 현지 시장 수요를 신속하게 파악하도록 지원했다.

황재원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은 "우리는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중국 기업과 '함께 성장'하도록 해 신질 생산력 분야에서 공동으로 기회를 선점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심윤섭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중국이 AI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고 한국도 AI를 디지털 산업의 핵심 엔진으로 삼고 있다며 비록 경쟁이 있지만 협력을 심화한다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국이 대학 간 과학연구 협력을 확대하고 기업이 상업화 연구개발(R&D)을 주도하며 정부가 시범·제도 지원을 통해 협력의 가교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심 지부장의 이러한 견해는 많은 중·한 양국 대표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번 박람회의 한국 참가단 대표를 맡은 최승명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 중국본부 본부장은 "지린성과 강원특별자치도는 31년째 우호 교류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며 "창춘을 통해 더 많은 중국과 한국 기업이 서로 신뢰를 쌓고 보다 많은 중국의 좋은 물건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한 양자 무역액은 3천280억8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중국은 21년 연속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 자리를 지켰으며, 한국은 중국의 2대 무역 파트너 자리로 다시 올라섰다. 지린성의 대(對)한 수출입 규모도 지난 2021년 이후 꾸준히 확대됐으며 현재 한국 자본 기업 수는 성(省) 내 외자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주요 협력 분야는 자동차 부품, 바이오·의약, 인삼, 농산품 등이다.

리룽시(李龍熙)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지린성위원회 부주석은 "한국과 첨단·스마트 제조, 신에너지·신소재, 현대 농업, 빙설 관광, 의약·의료미용 등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길 바란다"며 "우호 도시 상호 방문과 상업 협회 간 협력 등 민간 교류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