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생수계 명품’으로 불려온 에비앙이 프랑스 현지에서 불법 정수 의혹에 휘말리며 브랜드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고 있어 국내 유통사인 롯데칠성음료 역시 적잖은 불똥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다만 에비앙이 롯데칠성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직접적인 실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오히려 소비자 이탈 수요가 국산 생수 브랜드로 향하며 제주삼다수·아이시스·백산수 등의 국내 시장 경쟁 구도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와 라디오 프랑스앵포의 공동 탐사보도에 따르면 에비앙은 수년간 불법 정수 과정을 거쳐 생수를 판매해왔다고 보도했다. 전체 판매 물량 중 약 3분의 1이 불법 정수 과정에 연루됐으며 에비앙 측도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유럽연합 지침상 천연 광천수는 어떠한 인위적 처리도 거치지 않은 상태로 병입돼야 하지만, 에비앙은 일반 생수처럼 자외선(UV) 소독과 활성탄 필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에비앙은 지난 1973년 다논에 인수된 이후 140여개국에 팔리며 글로벌 프리미엄 생수로 자리잡았으나, 이번 논란으로 소비자 이탈이 예상된다.
일반 생수는 염소 처리나 여과 등 특정 정수 과정이 허용되는 대신 가격이 저렴해 소비자들의 신뢰도 덜하다. 그런데 에비앙이 다른 일반 생수와 같이 인위적인 처리가 진행됐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2004년부터 다논코리아를 통해 에비앙을 수입해 백화점, 마트 등 국내 유통 채널에서 판매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에비앙의 국내 판매 매출은 연간 수백억원 규모로 추정되지만 이는 롯데칠성 전체 매출의 1%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당장의 손익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프리미엄 수입 생수 카테고리에서의 입지 약화와 유통 채널 내 브랜드 신뢰 저하가 중장기 리스크로 꼽힌다.
반면 국내 브랜드에는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생수 시장은 약 3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커졌다.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은 제주개발공사의 ‘제주삼다수’, 롯데칠성 ‘아이시스’, 농심 ‘백산수’ 등 상위 3개 브랜드가 60% 이상을 차지한다. 프리미엄 수입 생수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경우 이들 국산 브랜드가 소비자 신뢰와 가성비를 앞세워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제주삼다수는 한라산 화산암반수에서만 취수해 미네랄 균형과 부드러운 맛을 갖춘 ‘국민 생수’로 자리 잡았다. 농심 백산수는 백두산 천지 화산대 지하 암반수로, 상대적으로 높은 미네랄 함량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롯데칠성 아이시스는 강원·충청 지역 암반수를 원수로 해 산뜻한 맛을 강조한다. 여기에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풀무원샘물·동원샘물 등도 합리적 가격과 유통망 확대를 무기로 저변을 넓혀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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