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기업공개(IPO) 과정에서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사정당국의 전방위적인 수사 선상에 오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6일, 길었던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사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장문의 이메일을 통해 의혹이 불거진 이후의 심경을 토로하고 회사와 구성원들에게 사과하며 조속히 귀국해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방 의장은 먼저 해외 체류가 길어진 이유를 설명하며 즉시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그는 “컴백을 앞둔 아티스트들의 음악 작업과 회사의 미래를 위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최근 몇 년간 부득이 해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면서도 “급한 작업과 사업 미팅을 잠시 뒤로하고 조속히 귀국해 당국의 조사 절차에 우선 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회사 전체의 위기로 번지는 상황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그는 자신을 향한 혐의에 대해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방 의장은 “이미 금융 당국의 조사 시에도 상장 당시 상황에 대해 상세히 소명했듯이 앞으로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여 다시 한번 소상히 설명해 드리겠다”며 “이 과정을 거쳐 사실관계도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며 겸허히 당국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는 수사를 회피하지 않고 모든 것을 소명해 혐의를 벗겠다는 자신감과 함께 사법적 절차를 존중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방 의장이 하이브 상장 전인 2019년, 벤처캐피털 등 기존 투자자들에게 IPO 계획이 없다고 말한 뒤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매각하도록 유도했다는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방 의장이 약 1900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지난달 하이브 본사를 압수수색했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국세청까지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사정당국의 수사망이 전방위적으로 조여오고 있는 상황이다.
방 의장은 이메일에서 창업자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며 구성원들에게 수차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여러 상황과 더불어 최근 저의 개인적인 일까지 더해지며 회사와 제 이름이 연일 좋지 않은 뉴스로 언급되고 있다”며 “창업자이자 의장으로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구성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특히 “음악 산업의 선진화라는 큰 꿈으로 시작한 일이기에 그 과정 또한 스스로에게 떳떳하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해 왔다”면서도 “하지만 때로는 그 당당함이 오만함으로 비쳤을 수도 있었겠다는 점을 겸허히 돌아본다”며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논란이 지속되는 동안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지난 수개월을 ‘괴로운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방 의장은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제 발언 하나하나가 신중해야 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양해를 구하며 “제 개인의 문제로 인해 오직 마음껏 창작과 사업 활동을 펼쳐야 할 우리 구성원들과 아티스트들이 혹여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을까 하는 미안함도 커졌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방 의장은 자신의 문제가 조직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제 개인적인 문제가 여러분의 재능과 역량, 나아가 도전 정신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저는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여러분이 각자의 자리에서 오직 창작과 사업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굳건히 지켜내는 것이 곧 저의 역할임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창업자이자 의장으로서 조직을 보호하고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다짐이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