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기업 퓨리오사AI가 약 17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가치 1조원을 넘어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엔비디아의 GPU 독주 체제에 대항할 대안을 찾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 속에서 이뤄낸 성과로 토종 AI 반도체의 잠재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퓨리오사AI는 31일 이번 투자 유치 소식을 알리며 누적 투자금이 약 3417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번 라운드에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을 포함해 약 40개 기관이 참여했다. 특히 기술 리스크가 커 스타트업 투자를 꺼리는 사모펀드(PE)들이 400억원 이상을 투입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퓨리오사AI의 기술력과 시장성을 자본시장이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의 높은 기대감은 ‘탈(脫)엔비디아’ 현상과 맞물려있다. 오픈AI의 챗GPT 등장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생성형 AI 시장은 엔비디아 GPU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이로 인한 공급망 불안과 비용 문제에 직면한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신경망처리장치(NPU) 같은 대체재를 모색하면서 퓨리오사AI의 가치가 부상하고 있다.
퓨리오사AI는 최근 2세대 AI 칩 ‘레니게이드’를 LG AI연구원의 거대언어모델(LLM) ‘엑사원(EXAONE)’에 공급하며 대규모 서버 시장 진출의 물꼬를 텄다. 이 과정에서 레니게이드는 기존 GPU 대비 2.25배 높은 전력당 성능을 입증하며 기술 경쟁력을 증명했다.
다만 엔비디아가 구축한 강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넘어서고 매출을 획기적으로 견인할 초대형 수주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퓨리오사AI는 이번에 확보한 투자금을 레니게이드 양산과 3세대 제품 초기 개발에 투입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는 자본시장이 당사의 기술력과 비전에 강한 신뢰를 보낸다는 뜻”이라며 “앞으로 세계적 기업에 제품을 공급해 매출 확대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반도체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반드시 해내야 할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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