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기아 카니발이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스테디셀러로 떠오르며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전량 한국 생산에 따른 25% 관세 장벽이 수익성을 갉아먹는 딜레마에 빠지면서 생산 거점을 미국 현지로 옮기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카니발의 미국 판매량은 3만3152대로 전년 동기 대비 57%나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아의 전체 미국 판매 증가율(8%)을 7배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 이 같은 인기는 지난해 하반기 투입된 하이브리드 모델 덕분이다. 윤병렬 기아 IR팀장은 지난 25일 실적 발표에서 "카니발 하이브리드로 기존 도요타 시에나가 독주하던 중형 MPV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23%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호조는 미국 내 시장 환경과도 맞물린다. 전기차 판매는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MPV와 하이브리드 시장은 동반 성장 중이다. 특히 9월 말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확정되면서 하이브리드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기아는 카니발을 앞세워 하반기 미국 시장 점유율 6%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카니발은 미국 시장에서 공급 요청이 많았음에도 다른 시장에서도 공급 요청이 많아 적기에 대응하지 못했다”며 공급만 원활하다면 판매 2위까지도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경쟁 모델인 도요타 시에나, 혼다 오디세이는 전량 미국에서 생산돼 관세를 피하지만,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카니발은 25% 관세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기아는 가격 경쟁력을 위해 이 비용을 떠안고 있는데 지난 2개월간 부담한 관세액만 7860억원에 달한다. 이대로는 판매가 늘수록 손실도 커지는 구조다.
결국 기아의 선택은 ‘생산 현지화’로 기울고 있다. 김 본부장은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 중 일부는 캐나다·멕시코·아중동으로 수출됐지만 관세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전적으로 미국에 먼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미국에서 판매할 물량은 미국에서 생산해 관세 부담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카니발이 판매량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생산 전략의 대전환이 임박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