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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가입자 이탈, 고착화된 통신 시장 뒤흔든다…경쟁 재점화

선재관 기자 2025-07-11 10:49:13
SKT발 '엑소더스', 통신시장 '대전쟁' 예고 7.5만명 탈출, 40% 붕괴 위기 '고요했던 통신 삼국지'가 끝났다
'이참에 나도'…SKT 위약금 면제 첫날 번호이동 3천800여건 SK텔레콤이 사이버 침해 사고 이후 번호 이동하는 가입자의 위약금을 면제하기로 지난 4일 결정하면서 주말새 번호이동 폭이 다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위약금 면제 발표 후 첫날인 5일 SK텔레콤 가입자는 3천865명 순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통신사 매장에 붙은 관련 안내문.[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SK텔레콤의 위약금 면제 조치가 수년간 고요했던 국내 통신 시장의 판을 통째로 뒤흔들고 있다. 유심 해킹 사태로 촉발된 1위 사업자의 위기는 ‘가입자 엑소더스’를 현실화했을 뿐만 아니라 신형 단말기 출시와 단통법 폐지라는 대형 변수와 맞물리며 통신 3사 간의 전면적인 ‘가입자 쟁탈전’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를 시작한 지난 5일부터 단 닷새간 7만5000명 이상의 가입자가 이탈했다. 같은 기간 순감 인원만 2만8000명을 훌쩍 넘겼다. 이는 그간 통신 3사의 암묵적 합의 속에 고착화됐던 시장 구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명백한 지표다. 신용평가사 한국기업평가 역시 “대규모 가입자 이동으로 단통법 폐지 이후 가입자 유치 경쟁 재점화 가능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가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큰 이유는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 40%라는 ‘심리적 마지노선’ 붕괴 가능성 때문이다. 유심 해킹 사태 이후 이미 60만 명 안팎의 가입자를 잃은 SK텔레콤의 점유율이 40% 아래로 떨어질 경우 1위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되찾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불가피하다. 이는 곧 KT와 LG유플러스의 맞대응을 불러와 시장 전체의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시장을 움직일 대형 변수들이 줄지어 대기 중이다. 당장 오는 15일부터 삼성전자의 ‘갤럭시Z 폴드7’ 등 신형 단말기 사전 예약이 시작되고 22일에는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경쟁을 억제해 온 단통법이 폐지된다. 족쇄가 풀린 통신사들이 신형 단말기를 무기로 합법적인 보조금 전쟁에 돌입할 최적의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경쟁이 과열되면서 해킹 사태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SK텔레콤은 KT가 이탈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불법 보조금은 물론 “내 인생이 털리는 것”과 같은 문구로 ‘공포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했다. KT 역시 자사 직원들의 SNS 프로필까지 동원한 과열 마케팅으로 눈총을 받았다. 결국 방통위가 직접 나서 통신 3사 임원을 소집해 과도한 경쟁 자제를 권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때 담합 의혹까지 받으며 정체됐던 통신 시장의 경쟁 재점화는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이용자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전개되면서 SK텔레콤의 위기에서 시작된 나비효과가 통신 시장 전체를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