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에쓰오일, 1분기 215억 적자…샤힌 프로젝트로 반전 노리지만 불확실성 여전

김인규 기자 2025-04-29 18:20:40
정제마진 악화·석유화학 부진에 실적 급락…연속 하락세 지속 샤힌 프로젝트에 9조원 투자…초과 공급·수요 둔화 우려도 순차입금·부채비율 급등…재무 건전성 악화 부담 가중
울산에 위치한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현장에서 크롤러 크레인이 프로필렌 분리타워를 들어올리고 있는 모습 [사진=에쓰오일]
[이코노믹데일리] 에쓰오일이 올해 1분기 영업손실 21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글로벌 수요 위축에 정제마진 감소까지 더해진 탓이다. 에쓰오일은 업황 개선을 위해 샤힌 프로젝트에 기대감을 걸고 있으나 오히려 공급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자본금 투자에 따른 재무부담도 숙제로 남아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8조990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3.4%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1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으며 순손실은 446억원이다. 

이와 관련해 에쓰오일 관계자는 정유부문에서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해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부진했으며 정유공장의 정기보수 일부가 2분기로 연기되면서 지난 분기 대비 하락한 영업이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의 1분기 정유 부문 매출액은 7조720억원이며 영업손실은 568억원이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올레핀 중합으로 생산하는 고분자 화합물 산화프로필렌(PO)의 시황이 중국의 신규 설비 가동에 따른 공급 증가로 약세를 보이면서 매출 1조1280억원, 영업손실 74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윤활기유 분야는 매출 7905억원, 영업이익 1097억원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원재료 가격 하락이 제품 가격에는 지연 반영되면서 스프레드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침체 사이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541억원이던 1분기 영업이익은 4분기 2224억원으로 하락했으며 이번 분기 추가 하락하면서 영업손실 215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에쓰오일은 오는 2026년 완공되는 샤힌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석유화학 복합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이며 에쓰오일의 대주주이자 사우디 국영 기업인 아람코가 약 9조2580억원을 투자했다. 정유에서 석유화학 제품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확보해 사업 반전을 모색하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대규모 투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석유화학 제품 수요 감소와 중국의 공급 과잉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초과 공급 문제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에쓰오일은 아람코가 개발해 샤힌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신기술 TC2C를 통해 기존보다 높은 효율로 3~4배 많은 나프타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늘어난 생산량을 소화할 수 있는 판매처가 확보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가동률이 높지 않을 수 있다. TC2C는 정제 과정을 생략하고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말한다.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순차입금 규모와 부채비율이 상승한 점도 위험요인이다. 샤힌 프로젝트 완공 이후에도 공장 가동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업황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순차입금은 총차입금에서 현금과 현금성자산을 차감한 금액으로 기업이 가지고 있는 부채와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 2022년 말 3조7580억원이었던 에쓰오일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6조459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순차입금 의존도는 같은 시기 19.2%에서 24.7%로 상승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A) 대비 순차입금도 2022년 0.9배에서 2023년 1.9배, 지난해 5.1배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2년 131.2%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81.2%까지 올랐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는 오는 2026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지만 실제 가동 시점은 운영 지침 마련, 안전검사 등의 절차로 인해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며 "대규모 투자인 만큼 신중하게 고려해 가동 시점이 확정되는 대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