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신화통신)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 거리를 걷다 보면 분주하게 움직이는 흰색 배송 로봇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분당 80m 속도로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이들 '택배 기사'는 위허썬(煜禾森)테크에서 독자 개발한 모듈화 범용 로봇 섀시 플랫폼이다.
리레이다(李雷達) 위허썬테크 창립자는 이를 '변신 로봇의 몸통'에 비유했다. 로봇팔과 시각 인식 시스템을 장착하면 농작물 수확 로봇이 되고 스마트 창고 모듈을 추가하면 물류 창고의 분류 전문가로 변신한다. 현재 플랫폼은 물류, 보안, 에너지 등 8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리레이다는 초기엔 사업 확장이 순조롭지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룽강구 기업서비스센터 및 가도(街道∙한국의 동)사무소의 현장 방문이 전환점이 됐다고 밝혔다. 해당 로봇 플랫폼이 공급·수요 매칭 플랫폼의 중점 추천 목록에 오른 것이다.
이후 위허썬테크는 한 화학 대기업과 협력을 체결하고 범용 이동 로봇 플랫폼 20대를 주문받았다. 총계약 규모는 2천만 위안(약 39억원)에 육박한다.
리레이다는 "해당 주문으로 자금 압박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1차 설비 인도가 완료되어 약 400만 위안(7억8천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최근 수년간 룽강구는 선도적 로봇 기술 혁신·산업 클러스터로 발돋움하기 위해 로봇 산업 혁신, 응용 시나리오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다. 구체적으로는 '선전시 룽강구 인공지능(AI) 전역·전 시간 응용 시범구 건설 행동 방안' 등 지원 정책을 시행하며 로봇 등 첨단화·스마트화 제품 발전을 추진함으로써 3C(가전제품·컴퓨터·통신장비)를 중심으로 한 공업용 로봇의 응용을 장려했다.
아울러 지난해 룽강구는 '정책+시나리오+자원' 통합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산업 수요 목록 작성, 공급·수요 매칭회 개최 등을 통해 관련 기업과 시장 자원의 정밀한 매칭을 도왔다. 올 3월에는 중국 최초로 구·현급 AI 분야 사업 기관인 '선전시 룽강구 인공지능(로봇)서(署)'를 설립했다. 이곳은 ▷AI·로봇 산업 계획 ▷생태계 건설 ▷투자 유치 및 기업 서비스 ▷시나리오 확대, 보안 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하며 산업 발전을 위한 메커니즘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룽강구는 정부 자금과 시장화 기금을 연계해 인내자본을 키우는 데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0억 위안(1천950억원) 규모의 룽강구 웨커(粵科)인공지능산업기금이 정식 설립됐다. 이는 선전시 최초의 구(區)급 AI 전문 기금으로 컴퓨터 비전, 음성 인식, 3D 원천 등 기술 분야와 임바디드 로봇 등 제품 영역에 집중 투자된다.
올해 춘절(春節·음력설)에 개봉한 액션 영화 '교룡행동'(蛟龍行動)'은 400시간의 수중 촬영 기록을 세웠다. 그 배경에는 룽강 기업인 선전 치위안(鰭源)테크의 수중 로봇 'FIFISH ZEN-V'가 있었다.
눈 모양의 생체모방형 카메라를 장착한 이 유선형 몸체의 수중 로봇은 벡터모터와 자체 개발한 소나(SONAR·수중음파탐지기) 유체 정지 모듈을 탑재해 초당 1.5m 유속의 급류에서도 정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회사 책임자는 룽강구의 AI·로봇 연구기관과 기업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연구개발·제조·테스트·응용이 사슬로 이어지면서 산업 집적 발전이 가속화됐다고 밝혔다.
딩닝(丁寧) 선전인공지능·로봇연구원(AIRS) 상무부원장이자 홍콩중문대학(선전) 로봇·인공지능제조연구원 부원장은 이곳 연구원이 대학과 정부가 공동 건설한 중요 플랫폼으로 '학술+산업' 이중 구동 모델로 과학연구와 시장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진은 기반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기업은 이를 빠르게 제품화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혁신적인 협력이 기술 연구개발 주기를 단축하는 한편 로봇 기술의 산업화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AIRS는 룽강구에 세계 최초의 임바디드 AI 기술 응용 시범 거리구역을 조성해 '기술 개발-시나리오 검증-산업 연계-데이터 피드백'의 전체 산업사슬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로봇 예술극장, 로봇 4S(판매·부품·서비스·조사) 매장, 부품 슈퍼마켓 등 혁신 공간을 마련하고 로봇 30여 종의 집약적 운영을 통해 AI·로봇 기술의 규모화 응용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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