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기존 사업부를 클라우드 메모리(CMBU), 데이터센터(CDBU), 모바일(MCBU), 자동차(AEBU) 등 4개로 재편했다. 이 중 CMBU에 HBM 담당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해당 부서는 앞으로 데이터센터 고객을 대상으로 한 HBM 제품 개발과 공급을 맡게 된다.
마이크론은 HBM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기존 디스플레이 공장 2곳을 인수해 HBM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싱가포르에는 약 10조원 규모의 HBM 전용 공장 건설에 착공했다. 미국 아이다호와 일본 히로시마 공장도 내년 가동을 앞두고 있고 2027년에는 뉴욕주에서도 HBM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실제 마이크론은 올해 자본적 지출 규모로 140억 달러(약 20조원)를 제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73% 증가한 수치로 SK하이닉스의 올해 투자 계획과 비슷한 수준이다. HBM은 생산 난이도가 굉장히 높고 특히 수율 확보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초기 투자 규모가 곧 기술 경쟁력과 직결된다.
마이크론의 이 같은 행보는 단순히 차세대 제품인 HBM4 등 고사양 메모리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기 힘들다. 오히려 HBM이 기존 D램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론은 최근 HBM3E(5세대) 12단 제품으로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을 통과했다. SK하이닉스에 이은 두 번째 검증 통과로 삼성전자를 제친 것이다. 현재의 시장점유율 3위 자리에서 벗어나 2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 점유율 36%로 1위에 올랐고, 삼성전자(34%)와 마이크론(25%)이 뒤를 이었다.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보다 먼저 차세대 HBM에 대한 품질 검증을 통과한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AI 서버용 GPU의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의 인증을 받은 기업만이 실질적인 우선 공급자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HBM은 설계 난이도와 생산 공정이 복잡해 소수 업체만 양산할 수 있는 제품으로 기술력과 고객 신뢰 확보가 곧 시장 점유율과 직결된다.
마이크론이 미국 정치 환경 변화에 따라 더 유리한 시장 여건을 갖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재집권할 경우 반도체 자립과 공급망 강화가 핵심 기조가 될 것”이라며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이 정책 지원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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