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TC본더 공급망을 다변화한 것을 계기로 주요 공급 업체인 한미반도체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파견한 고객 서비스 엔지니어를 전원 철수시켰고 TC본더 가격을 28% 인상하겠다고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 시점은 SK하이닉스가 TC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한 지난해 6월이다. 이후 한화정밀기계는 지난달 총 420억원 규모의 추가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TC본더를 SK하이닉스에 본격적으로 납품하게 됐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가 후발주자인 한화정밀기계에 생산을 맡긴 것과 관련해 기술 독점 체계를 흔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2017년부터 SK하이닉스와 협력해 HBM 생산에 필수적인 TC본더를 공급해왔다.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제품 생산의 90% 이상이 한미반도체 장비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한미반도체가 5589억원의 매출과 45.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문제는 후발주자인 한화정밀기계가 TC본더 국산화 개발을 완료하고 품질 인증을 통과하면서 벌어졌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12월 "한화정밀기계가 자사 TC본더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특허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특허는 TC본더의 주요 부품인 모듈 관련 2건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미반도체의 경쟁자는 한화정밀기계만이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싱가포르의 ASMPT와도 협력하는 등 장비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HBM3E 12단 양산을 위해 ASMPT에 수십여대 TC본더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반도체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SK하이닉스의 다각화 전략을 막으려고 하는 이유는 시장점유율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향후 매출 감소뿐 아니라 수익성 하락, 신규 투자 위축 등 직접적으로 사업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70%를 TC본더 장비에서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TC 본더는 반도체 후공정 핵심 장비로 부상했다”며 “기술력과 특허를 확보한 업체가 향후 시장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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