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미국이 3월 중순 철강·알루미늄 153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 이후 불과 3주 만에 관련 대미 수출액은 전월 대비 16.6% 급감했다. 수출량 역시 동반 감소해 단가 조정만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특히 한국산 철강의 경우 미세한 규격 차이에 따라 품목 코드가 세분돼 있어 일부 기업은 관세 대상 여부에 대한 혼선 속에 공급 계약 자체를 보류하거나 고객사로부터 취소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미국 내 수요가 견조하고 계약 단가가 유지돼 비교적 안정적인 수출 흐름을 이어온 것과 정반대다. 관세 부과 이후 일부 중견 철강업체는 “가격을 조정하거나 납기를 늦추자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관세를 구매자 측이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반도체 산업 역시 타격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범용 메모리 반도체와 일부 시스템 반도체를 포함해 한국·중국·대만산 제품에 대해 10% 기본 관세를 적용할 예정이다. 대상 품목에는 서버용 DRAM, 낸드플래시, 차량용 MCU 등 다양한 제품군이 포함돼 있다.
국내 중소 반도체 장비업체나 소재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대미 수출 비중이 높고 현지 공장 설립 등의 대응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 장비업체 대표는 “미국 수출 물량이 전체 매출의 40%에 달하는데 관세 부과 이후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고객사 측과 납품 조건을 재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간 2+2 회담 개최를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관세 적용 품목 조정이나 예외 인정 범위 확대 등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미 산업부는 미국 통상대표부(USTR), 상무부와의 실무 채널을 가동 중이다. 반도체의 경우 미-한 공급망 협의체를 활용한 이슈 제기를 병행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관세 확대 조치가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고 향후 추가 산업군으로의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미 일부 조선 기자재, 자동차 부품, 2차전지 소재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논의가 워싱턴 내에서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미국이 이번 관세 조치를 자국 산업 보호와 공급망 재편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어 한국 측의 협상 여지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특정 국가 견제를 넘어서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상에 따른 체계적 조정”이라며 “관세 유예나 예외 인정을 얻기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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