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 대상 관세 부과를 발표할 당시에는 의약품 분야를 특정하지 않았으나, 바로 다음 날인 3일 "제약 관세는 별개의 범주이며 가까운 미래에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추가 조치를 검토 중임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업계는 일단 당장의 직접적인 관세 부과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미국은 한국 의약품의 최대 수출 시장인 만큼, 별도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제약 산업을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산업으로 보고 있어 추가적인 규제나 관세 조치가 예상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 내 생산 시설 구축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 미국 현지에 제조 시설을 설립하려면 막대한 투자 비용과 함께 현지의 까다로운 규제 충족,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절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일부 기업들은 선제적인 대응 전략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미 미국 내에서 조달 가능한 수준의 바이오시밀러 재고를 확보했으며, 상대적으로 관세 부담이 적은 원료의약품 수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더불어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시설 설립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 역시 관세 정책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캐나다에서 포장 작업을 마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를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현지에 공급하고 있어 직접적인 관세 부과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SK바이오팜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이미 수년 전부터 미국 내 생산기지 및 유통망 구축을 추진해 왔으며, 생산기술 이전과 공정 검증을 거쳐 지난해 하반기 FDA로부터 공식 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하며 "지금부터라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 전략을 심도 깊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향후 미국의 구체적인 제약 관세 정책 발표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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