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질병부터 커리어 관리까지…특화 상품으로 '여심' 잡은 한화손보

지다혜 기자 2025-03-17 14:09:58
오는 19일 주주총회서 나채범 대표 연임 결정 선제적 자본 확충으로 킥스 비율 안정적
나채범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사진=한화손보]
[이코노믹데일리] '여성보험 명가(名家)'를 앞세운 나채범 호(號) 한화손해보험이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까지 달성하면서 여성보험시장 포지셔닝에 성공한 나채범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된 가운데, 올해도 한화손보가 '여심'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화손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나채범 대표를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오는 1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나 대표의 연임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런 배경엔 여성 특화 상품 포트폴리오를 기반한 호실적이 꼽힌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3823억원을 거두면서 전년 동기보다 31.5% 성장했다. 수익 지표인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7410억원으로 전년 대비 9.4% 늘었다. 이는 창사 이래 가장 큰 성과로, 차별화된 여성보험 상품이 인기를 끈 게 주효했다.

지난 2023년 취임한 나 대표는 그해 6월 금융권 최초로 '라이프플러스(LIFEPLUS) 펨테크 연구소'를 설립했다. 여성 고객의 질병과 생애주기를 직접 연구해 맞춤형 상품·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펨테크는 여성(Femal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여성 건강을 위한 임신·육아 등에 특화된 디지털 서비스나 상품을 의미한다.

한화손보는 같은 해 7월, 업계 최초로 여성 특화 통합 진단비를 갖춘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을 내놨다. 특히 사회적 문제로 지목된 저출생 문제 해결 차원에서 출산 지원 패키지와 난임 케어 패키지를 포함했다. 당시 출시 첫 달에 13억원의 신계약 보험료를 거둬들이면서 보장성 보험 단일 상품 판매 기록 중 최대 실적을 내기도 했다.

현재 한화손보의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 시리즈(1.0~3.0)는 지금까지 총 17개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면서 상품 역량에 대한 인정을 받았다. 지난해엔 '출산 직접 보장' 특약 등 보험상품 6종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얻었는데, 관련 제도 시행 이후 손해보험업계 장기보험 영역에서 9개월을 받아낸 건 한화손보가 처음이다.

배타적사용권이란 보험협회 내 신상품심의위원회가 신상품 개발 이익 보호를 위해 부여하는 한시적 특허권이다. 보험 상품의 독창성과 진보성, 혁신성 등을 높게 평가해 3개월에서 최대 1년간 독점 판매할 권리를 준다.

나 대표는 여성 특화 상품 출시뿐 아니라 여성의 삶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 운영에도 나섰다. 여성 암 경험자와 보호자의 디스트레스(Distress·암 치료로 인해 환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 완화와 건강한 회복을 지원하는 '우먼 힐링 라이프'가 대표적이다.

지난달엔 암 경험자 및 보호자 120명에게 사회복귀 경험 사례, 커리어 관리, 복귀를 위한 필수 관리법 등을 공유하면서 실질적인 지원과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최근엔 보험사들이 수익 확보 방안 중 하나로 건강보험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한화손보도 보장을 더 확대한 '한화 더 경증 간편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앞서 2023년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 내에서 건강보험은 보험사들의 수익성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에 속한다. IFRS17은 부채평가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부채로 잡히는 저축성 상품보다 보장성 상품 판매를 늘리는 추세다.

한화손보는 진단, 입원, 수술 여부 등의 알릴 사항 중 '5년 내' 입원 또는 수술 여부를 '10년 내'로 늘려 기존 상품 대비 약 16% 낮은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5년 내 당뇨 및 고혈압에 대한 치료 이력이 없는 경우엔 약 13%를 더 할인해 고객 보험료 부담을 최대 29%까지 대폭 낮췄다.

아울러 올해는 건전성 강화에도 더 노력할 방침이다. 지난해 한화손보의 신지급여력제도(킥스·K-ICS) 비율은 174%, 경과조치 후 기준으론 212%를 기록했다. 보험업법상 최저 기준치(100%)와 금융당국 권고치(150% 이상)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현재 보험사들은 금리 변동 등 위험성을 대비해 200% 이상 맞추려 하고 있다.

킥스는 보험사의 지급 여력을 평가하는 건전성 지표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건전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8월 2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올해 1월에도 5000억원 규모로 발행하는 등 선제적인 자본 확충으로 중소형 보험사 중 리스크 관리에 압도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올해도 적극적인 우량 계약 확대와 손해율 및 유지율 등 효율지표 관리를 통한 자본 건전성 강화에 나설 것"이라며 "국가적 문제인 저출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상품과 보장영역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