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사회를 반도체 전문가 중심으로 재편하며 기술 경영 체제를 더욱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8일 열린 이사회에서 사내·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논의됐다. 오는 1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를 공식 확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서는 사내이사에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이 내정됐다. 사외이사에는 이혁재 서울대 전기전보공학부 교수를 내정했다. 일주일 뒤 열리는 주총에서 모두 통과되면 삼성전자 이사회 10명 중 3명이 반도체 기술통이 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두면서도 이사회는 기업 운영과 경영 전략 인사가 대부분이었다. 종합 전자 기업으로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 구성원은 총 9명으로 이 중 2명이 반도체 전문가다. 전문가 중에서도 시스템 반도체 전문가는 1명에 불과하다.
이는 파운드리, 시스템 반도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몇 년간 비메모리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대만의 TSMC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 문제, 수율 이슈, AI 반도체 경쟁력 부족 등 난관을 겪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의 연구개발(R&D)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2024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메모리반도체 설비 투자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는 전년 대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한발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이들처럼 이사회를 기술 전문가 중심으로 바꿔야 변화할 수 있다고 삼성전자가 경쟁사들에 밀리기 시작한 때부터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말해 왔다. 애플, TSMC,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강자들은 이미 이사회를 기술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하며 R&D, 생산 효율성, 시장 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개편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기술 중심 경영으로 가야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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