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축소하고 각국 행정부가 기후 대응 정책을 폐기하는 등 대내외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캐즘이 곧 끝날 것으로 낙관할 만한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월 미국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 켈리블루북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 2022년 약 81만대, 2023년 121만대, 2024년 약 130만대로 각 연도별 증가율은 2023년 49.4%, 2024년 7.4%로 급격히 둔화됐다.
지난해 4분기 3사가 사상 처음으로 일제히 적자를 기록한 것도 증거로 제시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손실 2255억원, 삼성SDI는 영업손실 3594억원, SK온은 영업손실 3594억원을 각각 냈다.
최근에 전기차의 신뢰도를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진단하고 안전성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달래려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유럽,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정부 보조금을 줄이는 가운데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 차량 대비 비싼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SK온은 인터배터리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아담을 활용한 배터리 품질 검사 계획과 분리막 강화 기술, 양·음극재 교차설계 최소화 기술 등 화재방지 기술을 강조했지만 현실적으로 앞으로도 배터리 사고 자체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호근 교수는 “지금도 전기차 사고율은 비전기차와 크게 차이가 없다”며 “안전만을 강조하는 전략은 다소 회의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SDI의 보수적인 투자 기조·SK온의 안정성 강조 전략·LG 에너지솔루션의 미국 투자 확대 역시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과 캐즘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전략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둔화 가능성을 고려한 방어적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인터배터리 2025에서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도 “헝가리 및 북미 단독 공장이 수요 악화로 인해 가동률이 낮아졌다”며 “올해는 신중한 투자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북미 공장 확충 및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적극 펼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내 생산 시설을 확충하면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에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고 배터리저장장치(ESS)·자율주행로봇(AMR)·도심항공교통(UAM) 등 배터리 라인업을 확장하면 전기차 부진에도 새로운 수익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전문가는 “우리 기업들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을 낙관하기보단 신사업 발굴이 필요해 보인다”며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신기술과 전기차 캐즘에도 수익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사업 분야를 확장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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