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첨단 바이오 산업까지 확산

안서희 기자 2025-03-05 18:52:57
일루미나 중국 수출 금지… 美-中 무역 전쟁 격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믹데일리]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제약 바이오 업계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일부 중국 유전체기업을 ‘중국군사기업’으로 지정하자 중국 정부도 미국 유전체기업 일루미나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5일 한국바이오협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4일 미국 일루미나를 비롯한 두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한 데 이어 4일 일루미나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기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월 미국 국방성이 중국의 최대 유전체분석장비 제조업체인 BGI그룹, BGI Genomics, Forensic Genomics International, MGI Tech 등 4개 유전체기업을 포함해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134개 기업을 ‘중국군사기업’으로 지정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군사기업이란 ‘2021년 국방수권법’ 제1260H조에 따른 블랙리스트로 인민해방군 또는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소유·통제되는 기업과 기관들이 주요 제재 대상이다. 여기에 민군 융합을 통해 중국 방위산업에 기여하는 기업·기관, 중국 정부나 공산당의 지원을 인지한 상태에서 받는 단체, 중국 산업정보기술부 산하기관과 국가국방과학기술산업총국의 지원이나 정책 지도를 받는 기업들도 포함된다.
 
미국과 중국의 이러한 갈등 심화는 무역 전쟁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달 초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달 4일부터 신규관세가 발효돼 총 20%의 관세가 적용됐다. 이에 맞서 중국도 일부 미국산 제품에 10~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일루미나 수출금지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일루미나는 세계적인 유전체 분석 장비 제조사로 중국 시장은 일루미나 매출의 약 7%를 차지한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이번 수출 금지 조치로 인해 일루미나의 중국 내 사업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일루미나가 정상적인 시장 거래 원칙을 위반하고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했으며 중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취해 중국 기업의 이익을 심각하게 해쳤다"고 비판했다.
 
미·중 기술 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9년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거래를 금지한 ‘화웨이 사태’가 있다. 이후 화웨이는 반도체 및 통신 장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입지가 약화했다. 이에 중국은 반도체 기업에 대한 자국 내 투자를 확대하며 미국의 조치에 맞섰다. 이번 일루미나 수출금지 사태는 미·중 간 갈등이 첨단 기술 분야로까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한국바이오협회는 "양국의 상호 제재와 관세 부과 등의 추가 통상 제재 움직임과 우리 바이오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지속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