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K석화, 중국발 공급 과잉에 '빨간불'...LG화학·롯데케미칼 무너졌다

김지영 수습기자 2025-02-10 16:54:05
중국발 공급 과잉·고유가 원인 "공급망 확보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 필요"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가 공세로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구축 기반을,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줘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세계 4위 석유화학 기업인 LG화학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48조9161억원, 영업이익 9168억원을 기록했다다. 이는 2023년 대비 매출액 11.46%, 영업 이익 63.75% 감소한 수치다.

국내 2위 기업 롯데케미칼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20조 4304억원으로 2023년 대비 2.4% 소폭 상승했지만, 영업손실을 8948억원 기록했다. 이는 2023년 대비 157.3% 악화한 실적이다.

업계는 이러한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가 공세를 지목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중국은 동부 연안 7곳에 석유화학 기지를 육성해 에틸렌 생산 능력을 크게 키우고 있다고 2023년 5월 발표했다. 중국의 에틸렌 생산량은 2020년 3218만톤(t), 2023년 5174만t을 기록했으며 2027년에는 7225만t까지 확대할 전망이다.

이러한 중국의 공급 확대로 인해 저가 중국산 화학제품이 세계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또한 고유가에 따른 원가 부담 증가가 주요 요인이다. 지난해 12월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OPEC+의 감산 연장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제한으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유가가 87 달러까지 치솟은 바 있다.

배럴당 71 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지속되며 원가 경쟁력이 낮아졌으며 기업들은 원가 부담이 증가해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

다만 미국, 캐나다 등 비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의 생산 증가와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해 올해 유가는 다소 안정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2기에 따른 무역 정책 변화 등 불확실성 요인도 존재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중장기적으로 해외든 국내든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대응해야 한다"며 "에너지 자원에 대한 안보적 차원에서 공급망을 확보하는 등 기반을 세워 산업이 재생할 로드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수익성 악화로 재무 상태가 나빠진 석유화학업체들에 정부 차원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G화학이 지난해 1조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고 롯데케미칼이 1조 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강 교수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처럼 자금 지원이 뒷받침해주면 단기적으로 구축 기반을 다지는 하나의 좋은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