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트럼프 2기] 강달러·대외 리스크 여전…시중은행 달러 예금 '급증'

지다혜 기자 2025-01-22 14:48:23
기업들도 예비용 자금 확보위해 달러 예치 가계대출 완화 차원 내달 금리 인하 유력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계엄 쇼크를 비롯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등으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었다. 이는 곧 시중은행들의 달러 예금 잔액 증가로 이어졌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7일 기준 달러 예금 잔액은 671억3700만 달러로, 지난해 말(637억9700만 달러) 대비 2주 만에 약 33억4000만 달러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앞세운 자국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정책은 강달러 현상을 장기화시켜 환율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트럼프의 정책이 초래하는 물가 상승)'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환차익 수요와 안전자산인 달러를 찾는 수요가 맞물려 늘어나면서 달러 예금 잔액도 증가한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강달러 현상에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차익 수요와 함께 안전자산인 달러를 비축해 두려는 수요가 모두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달러 예금은 이자수익뿐 아니라 상품 가입 때보다 원·달러 환율이 높을 때 팔면 그만큼 환차익까지 실현할 수 있다. 그래서 환율이 저점이거나 더 오를 것이라 예상될 때 잔액이 늘고, 환율이 높아졌을 때는 환차익 실현 수요로 축소된다.

아울러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고 있을 때 기업들이 예비용 자금 확보에 나선 것도 달러 예금 잔액이 증가한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 심리로 달러를 예치해 두는 것이다.

이종찬 한국은행 국제국 자본이동분석팀 과장은 "통상 원·달러 환율이 많이 오르면 (환차익 실현을 위해) 달러 예금이 줄기 마련인데, 지난달엔 환율이 많이 올랐음에도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심리로 달러를 쟁여 놓는 행태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크게 요동쳤다. 당시 주간과 야간거래를 포함한 환율 변동 폭은 41.5원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때인 2020년 3월 19일(49.9원) 이후 4년 8개월여 만에 최대 폭이었다. 이후 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뒤 1430원대에서 맴돌다가, 27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6.7원까지 오르며 금융위기(2009년 3월) 이후 최대치로 치솟기도 했다.

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당분간 원화 가치가 약세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도 역시나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연 3.00%로 동결했다. 현 상황에서 금리를 추가로 내릴 경우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환율이 1500원을 웃돌 수 있단 우려에서다.

다만 이달 숨 고르기 후 여력을 살핀 뒤 다음 달 금통위에선 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높다.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위해 대출 가산금리를 높여온 은행들이 새해 들어 대출 총량 목표치가 초기화되면서 대출 규제 완화 및 가산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예금금리도 내려가고, 은행 조달 금리가 낮아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도 떨어지게 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전원이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밝히면서 다음 달 기준금리 추가 인하는 기정사실인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