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반도체·화학 투자 위축에... 건설사도 일감 줄어

한석진 기자 2025-02-04 10:00:00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조팹 평택캠퍼스의 전경[사진=삼성전자]

[이코노믹데일리] 경기 불황에 대기업의 투자가 위축되자 건설사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안정적인 매출을 올려주던 반도체와 화학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발주 물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건설사들은 실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내 주택 확대 및 해외 신사업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지난해 3분기 건축 부문 매출은 3조539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1410억원)보다 14.5% 감소했다. 삼성물산 건축 부문의 3분기 매출이 역성장한 것은 지난 2022년 이후 약 2년 만이다. 건축 부문에는 주택과 반도체 공장 등 하이테크 공사 매출이 포함된다.
 
건축 매출이 감소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삼성전자가 발주한 2조원 규모의 평택 4공장(P4) 완공 임박이 꼽힌다. 공정률에 따라 매출이 발생하는 건설 현장은 준공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매출이 작아지는 구조다. 문제는 반도체 불황에 앞으로 신규 발주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하이테크 공사는 공사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수익성이 높아 건설사들의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3분기 삼성물산의 건축 부문 누적 수주액은 약 8조원으로 전년(15조원)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 삼성물산 측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하이테크 공사의 경우 삼성전자의 발주 시기 변동성이 높아 매출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신규 비즈니스 발굴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건설도 올해 그룹 내 공사 일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해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2022년 롯데케미칼이 인도네시아에서 추진 중인 2조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시공권을 확보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롯데건설 매출 6조8000억원에서 약 1조원이 내부 거래였다. 백화점과 마트를 등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의 신규 출점 수가 줄어든 것도 건설 매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신세계그룹이 경기 침체 등 여파에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창원’의 개장을 지난해에서 2027년으로 연기하면서 시공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큰 신세계건설의 수주 시기도 미뤄지게 됐다.
 
당분간 매출 공백이 예상되자 건설사들은 신사업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외 참여 가능한 반도체 관련 공사 물량을 지속 발굴하고, 해외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히타치 에너지와 손잡고 해외 초고압 직류송전(HVDC)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롯데건설은 국내 주택사업을 확대한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2조원의 정비사업 수주액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3500억원 규모의 신용산역 북측 제1구역 재개발 공사를 수주하는 등 주택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등은 해외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원전 관련 사업 등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