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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트럼프 2기와 보호무역주의…현지 공장 설립한 한국 기업의 미래는?

임효진·박연수·김지영 기자 2025-01-21 06:00:00
미국 현지화로 관세 장벽 넘는 한국 기업들 반도체부터 가전·배터리·자동차·철강까지 미래 경쟁력 확보 전략…한국 기업들엔 도전
미국 제47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가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등 투자를 한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마주하게 됐다는 평가다.

허찬국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는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보조금 정책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예상 이익이 과거보다 낮아질 것 같다. 그래도 새로 부과될 것으로 예견되는 관세를 피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은 미국 내 공장 설립과 확장을 통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 반도체, 가전, 자동차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강조한 자국 내 제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요구를 충족시키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텍사스주 테일러와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오는 2027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테일러 공장에는 440억 달러(약 64조2180억원)를 투자했다. 첨단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로부터 47억 달러(약 6조8596억원)가 넘는 보조금을 확보했다. 해당 공장에서 2nm(나노미터) 공정 등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고성능 컴퓨팅(HPC), 5G 통신 등 핵심 산업을 지원하는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LG전자는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생활가전 공장을 이미 운영 중이다. 연간 세탁기 120만대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강화될 경우를 대비해 추가적인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LG는 현지 생산을 확대함으로써 관세 장벽을 최소화하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전략적 투자에 나섰다. 현재 앨라배마와 조지아주에 대규모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내연기관차와 전동화 차량을 혼합 생산하는 시설로, 매년 39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조지아 브라이언 카운티에 건설 중인 전기차 공장은 2025년 완공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연간 10GWh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춘 배터리 공장도 병행 건설 중이다.

트럼프 재선 후 관세·세제 혜택이 변화한다면 현대차는 조지아 공장과 같은 현지 투자 확대로 전기차 시장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 산업은 미국 내 공장 설립에 있어 가장 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주 퀸크릭과 미시간주에 각각 신규 및 확장 공장을 건설 중이다. 특히 미시간 공장은 이미 지난 2012년 준공을 마쳤지만 생산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며 생산 능력은 현재의 약 5배 이상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약 7억5000만 달러(약 1조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SK온 역시 조지아주와 켄터키주에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총 50억 달러(약 7조2975억원) 이상의 투자를 통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 중심의 제조업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러한 배터리 기업들의 현지 생산 전략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 공장이 미국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위한 중요한 전략적 기지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진출이 중국의 공세를 받아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업종에는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화솔루션은 조지아주에 통합 태양광 모듈 생산시설을 설립하고 있으며, IRA 혜택으로 1억 4000만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태양광 산업은 미국 내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화와 같은 한국 기업들에 큰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조지아 카터스빌에 스틸 서비스 센터를 가동하며 전기차 시장 확장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더라도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최근에는 현지에 조 단위 투자를 통해 생산 공장을 짓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지화 노력은 초기 투자 부담과 운영 비용 상승이라는 도전을 동반하기 때문에 신중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정책 세부 사항에 따라 달라질 것이어서 전문가들도 명확한 답변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예고대로 관세를 올릴 경우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인 기업들은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다. 

익명을 요청한 전문가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는 트럼프 재선과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면서도 “각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응하면서 현지화를 통해 성장의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