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中 보따리상' 의존도 없앤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 '특단의 조치' 통할까

김아령 기자 2025-01-16 06:00:00
서울 롯데백화점 면세점 내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가 다이궁(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다이궁에게 지불되는 송객수수료가 국내 면세점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고질적 요인으로 꼽혔던 만큼 생존을 위한 고강도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롯데면세점의 연매출에서 다이궁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50% 수준으로 매출 급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한 수익성 제고로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같은 승부수가 향후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말 거래 규모가 큰 주요 다이궁에게 이달부터 면세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예전처럼 파이(규모)를 키울 수는 없는 상황이고 수익률을 높여 경영 안정화를 가져가는 게 우선이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면세업계는 이전부터 다이궁에게 송객수수료를 지불해왔다. 송객수수료는 면세점이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면세품을 거래하는 다이궁에게 지불하는 수수료를 의미한다. 다이궁은 면세점과 시장에서 저가로 물품을 구입한 뒤 시장에 싸게 내다 팔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한·중 항공노선 운항 횟수가 현저히 줄면서 이들의 입지가 커졌다. 지난 2017년 이후 국내 면세업계 매출 규모는 사실상 다이궁이 좌지우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이궁에 지불되는 송객수수료가 한때 40% 후반까지 오르면서 면세점 수익성이 악화했다. 높은 수수료율 탓에 많이 팔아도 그만큼 이익으로 귀속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면세점이 지급한 송객수수료 규모는 8600억원에서 2022년 4조원에 달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면세점들은 2023년부터 송객수수료를 인하하기 시작해 현재 35% 안팎까지 낮췄지만, 급감한 수익성 회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2조4478억원으로 전년 대비 9.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22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롯데와 신라·신세계·현대 등 면세업계 주요 4사의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액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더 이상의 출혈을 막기 위해 롯데면세점이 다이궁과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지만 당장은 매출 급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작년 기준 롯데면세점의 연매출에서 다이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 수준이다. 하지만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수익성을 살려내야 한다는 게 내부에서 공유하는 위기의식이다.
 
김 대표는 올해 핵심 과제로 상품경쟁력 향상과 개별 여행객 비중 확대를 꼽았다. 또 개별 점포의 성과를 넘어선 전사적 체질 개선과 질적 성장 등을 제시했다.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보따리상의 빈자리를 내국인 관광객과 외국인 개별 관광객, VIP 고객 등으로 채우기 위한 다양한 세부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폐지했던 마케팅 부문을 복원하고 여기에 마케팅전략팀과 자유 여행객(FIT) 마케팅팀, 여행사 마케팅팀 등을 둬 역할을 세분화했다. 정확한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상품 운영을 효율화하고자 운영혁신부분도 신설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업계의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하고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앞으로 단체 관광객 및 개별 여행객 유치를 활성화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