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지난해 12월, 1조 달러를 돌파했다. 당시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그해 11월까지 9965억 달러를 기록하며 1조 달러까지 35억 달러 정도를 남겨 놓고 있었다.
대외 여건이 악화한 가운데서도 건설업계가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수주가 연말에 몰리면서 기록 달성이 가능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1조 달러 달성'을 지난해 성과로 꼽으며 "국가 경제 성장에 큰 힘을 보탰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해외건설 연간 수주액은 정부가 목표치로 잡은 400억 달러를 넘지는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건설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11월까지 해외 수주액은 326억9000만 달러이며, 12월 수주액은 아직 공표되지 않았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호황기인 2010년 716억 달러에 이르렀으나 미·중 무역분쟁과 중동 발주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점차 줄어들며 2019년 223억 달러까지 급감했다.
이후 다시 반등하며 2021년 306억 달러, 2022년 310억 달러, 2023년 333억 달러 등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증가했다.
작년에는 중동 수주가 실적을 이끌었다.
2023년 해외수주액의 34%를 차지했던 중동 비중은 50%가량으로 늘어났다. 그해 현대건설의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50억8000만 달러)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잭폿' 수주가 이어진 덕분이다.
지난해 4월 삼성E&A와 GS건설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60억8000만 달러 규모의 파딜리 가스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수주한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용광 해외건설협회 글로벌사업지원실장은 "지난해에는 유가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돼 중동 국가들이 발주를 이어간 점이 긍정적 요소가 됐다"며 "우리 기업의 투자개발형 사업 수주도 늘었다"고 했다.
투자개발형 사업은 드는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참여자가 부담하며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손익을 지분에 따라 분배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정부는 단순 도급 공사 위주의 해외건설 수주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투자개발형 수주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 중 투자개발형사업 비중은 2018∼2022년 5년간 연평균 5.1%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0%대로 늘었다.
해외수주 1조 달러 돌파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이 나왔지만, 정부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1조 달러 달성 때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계획했으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으로 여의찮은 상황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혼란과 대외 환경 불확실성 등 변수가 많아 올해 해외건설 수주 환경은 녹록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 건설산업이 실패비용을 최소화하고 상황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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