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6일 “(전선을 제조하는 데 있어) 현재 구리 원료나 중간재 확보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우리 기업들이 수주 규모는 늘어나더라도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리는 전선 제조 원가의 90%를 차지하는 핵심 원자재다. 전기의 전송·분배에 필수적인 금속으로 전기화의 핵심이지만 공급량을 쉽게 늘리기 어려워 수요 변화가 예측될 때마다 큰 폭의 가격 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구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구리 가격은 오르기 시작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2023년 톤당 8000 달러 수준이었던 구리 가격은 지난해 5월 약 1만850 달러까지 치솟았다. 슈퍼사이클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였다.
구리 가격 상승은 일반적으로 전선업계에 호재로 인식된다. 수주 계약을 할 때 원자재 판매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는 물가 연동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이전에 수주해 놓은 계약의 매출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같은 구리 가격 상승과 수요 증가의 영향으로 전선업계 대표 기업인 LS전선의 실적은 지난해 반등하기 시작했다. 당기순이익은 2021년 12월 기준 1006억7900만원, 2022년 12월 기준 815억6400만원, 2023년 12월 기준 616억2200만원 등 하락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은 729억3500만원을 기록하며 이미 2023년 수준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대중국 무역 압박으로 중국 제조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나아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또는 축소로 구리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최근 톤(t)당 구리 가격은 다시 8000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선업계는 구리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선물 옵션을 통해 일정 수준 수익성 방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 이후 구리 가격이 다시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5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피에르 안두랑 헤지펀드 매니저는 "앞으로 4년 정도 지나면 (구리 가격이) 톤당 4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전기차, 태양광 패널, 풍력 발전소 등 전 세계적인 전기화 추세로 인해 구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결국 공급이 따라잡겠지만, 공급이 수요를 충당하려면 5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구리 가격 하락이 장기적인 매출 축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관련 업계 전문가는 “공급망이 제한적이라 기업과 소비자가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바뀌는 게 없다”며 “요소수 사태와 같이 구리, 니켈 등 주요 원자재도 이 같은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재 가격 자체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지만 공급망 다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후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정적인 원자재 조달이 어려워지면 사업 규모 확대에도 불구하고 기업 실적이 원자재 공급에 지나치게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자원 재활용이 또 다른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산업 공급망 안정성과 국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재생자원 비율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며 “천연자원 공급망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앞으로 재생자원 분야는 필수적인 대세 영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LS전선 관계자는 “주로 장기 계약을 한다든지 선물 내지 위험 헤지를 통해서 구리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과 관계없이 일정한 가격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며 “다만 중소 케이블 업체들이 그때그때 사서 써야 한다는 점에 힘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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