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신화통신) 베이징의 한 실험실. 민첩하고 작은 바이오닉 로봇이 주변 장애물을 손쉽게 헤쳐나간다. 곤충 크기의 이 로봇은 좁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자 재빨리 뒷걸음질 치며 빠져나온다.
베이징항공항천대학 옌샤오쥔(閆曉軍) 교수팀이 연구개발한 이 2㎝ 길이의 곤충 로봇은 무게가 2g도 채 되지 않는다.
벌 크기의 로봇에 기존 모터를 장착할 수 없으니 로봇을 곤충 크기로 축소하는 것은 대형 로봇을 제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특히 소형 전력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은 전 세계 연구자에게 오랫동안 어려운 과제였다.
류즈웨이(劉志偉) 베이징항공항천대학 부교수는 "외부 전원과 연결할 수 없어 로봇 자체에 배터리와 회로기판을 장착해야 했지만 부하가 늘자 로봇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2009년 옌 교수는 직류 전압이 특정 임계값을 넘어서면 마이크로빔이 지속적인 진동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벌의 날개 움직임과 유사하다고 생각한 그는 이러한 진동 원리를 소형 드론의 '날개'에 적용할 수 있을지 연구하게 됐다.
옌 교수는 2017년 외부 전원 공급 없이 움직일 수 있는 곤충 크기의 로봇 설계에 착수했다. 3년에 걸쳐 연구팀이 수십 가지의 몸체 디자인을 연구하고 매개변수를 광범위하게 미세 조정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딱정벌레, 메뚜기, 야생마, 토끼 등의 걸음걸이를 면밀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도약해서 달려나가는 표범에서 영감을 얻은 그는 마침내 바퀴벌레보다 빠른 속도와 뛰어난 회전 민첩성을 갖춘 차세대 바이오닉 곤충 로봇 'BHMbot'을 개발해냈다.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전진과 후진이 가능하고 무선 제어로 복잡한 경로를 주행할 수 있는 업데이트 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BHMbot'은 좁은 공간을 통과해 지정된 위치에 도달한 후 특수 작업을 실행할 수 있다.
류 부교수는 상용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마이크로폰을 통해 건물에 매립된 블루투스 스피커의 SOS 음성 신호를 수집할 수 있으며 해당 신호 데이터는 컴퓨터로 전송되어 실제 사운드로 변환된다고 설명했다.
밀리미터 크기의 마이크로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앞으로는 항공 엔진의 내부 이미지 촬영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옌 교수는 소형 로봇 'BHMbot'이 재난현장 수색 및 구조, 기계 장비 구조 검사 등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꿀벌처럼 날 수 있는 날개 달린 마이크로 드론을 개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전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