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질주'하는 K-방산… 트럼프 당선되면 '주춤'

임효진 기자 2024-11-01 16:06:40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대 최대 실적 수출 확대 위해 중동 '오일머니' 공략 미국 대선 결과 따라 방산 시장 급변
9개국에 수출된 국산 자주포 K-9의 사격 훈련 모습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방산 기업들은 올 3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냈다. 해외 수출 호조에 힘입어 국내 방산업계의 양적·질적 성장이 전망되는 가운데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이 같은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상 방산 부문의 높은 이익률이 지속되며 오는 2027년까지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분기 방산 부문에서 영업이익 439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715% 폭증한 수치로 역대 분기 최대 수준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중동을 새로운 수익처로 보고 공략에 나섰다. K9 자주포를 이집트에 수출하며 중동·아프리카 공략 거점도 마련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사우디가 노후한 자주곡사포 전력을 신형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등 수출 여건도 좋다.

이미 중동 시장에 발을 내딛은 기업도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 9월 이라크 국방부와 3조700억원 규모의 천궁II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천궁II는 탄도탄과 항공기 등 공중 위협에 동시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술로 개발된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 체계다.

국내 주요 방산 업계가 중동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오일머니에서 나오는 '구매력'에 있다. 과거에는 미국산 무기 체계를 주로 구입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 UAE 등을 인권침해국으로 규정하고 수출을 통제하고 있어 한국에 기회가 생긴 영향도 있다.

이처럼 잘 나가는 국내 방산업계가 걱정하는 부분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다. 중동 진출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의회와의 갈등을 불사하면서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 전략 무기를 수출한 바 있다.

산업연구원도 지난달 발표한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향’에서 트럼프 후보가 집권하면 중동 등에서 한국 방산업체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해 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에서 강화됐던 수출 통제가 완화되면 중동 시장을 둘러싼 미국 업체와의 경쟁이 다시 격화될 수 있어서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바이든정부는 방산 수출 개념보다 글로벌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한 일원으로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부족한 방산물자 지원을 한국이 잘 해주고 있다고 봤지만, 트럼프는 다르다”며 “트럼프 정부 1기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 논리로 접근해 한국과의 수출 경쟁에 뛰어들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