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올해 8월까지 외국인이 서울에서 매수한 아파트 5채 중 1채가 신고가에 거래됐다. 특히 30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 전체 거래의 70% 이상이 신고가다. 최근 정부가 고강도로 대출을 규제하고 있지만, 규제에서 자유로운 외국인들은 해외에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해 주택을 매수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란 관측이다.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외국인이 서울에서 매수한 아파트 307채 중 57채(18.6%)가 신고가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 중 신고가 비중(10.9%)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고가 아파트일수록 신고가 비중이 높았다. 15억원 이상은 93채 중 33채(35.5%)가 신고가 거래였다. 20억원 이상으로 좁히면 58채 중 29채(50.0%), 30억원 이상은 18채 중 13채(72.2%)로 비중이 커졌다.
7월 서울 강남구 아카데미스위트 전용면적 164m²는 33억원에 거래됐다. 1년 11개월 전인 직전 거래(27억5000만원) 대비 20% 오른 신고가다. 원화 약세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간 1300원대 이상의 고환율이 지속하면서 외국인들에게 국내 아파트가 더욱 저렴해진 효과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고가 아파트 거래에서 미등기 비율도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15억원 이상 거래 93건 중 43%(40건)가 미등기 상태였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미등기 비율(33%)보다 높았다. 외국인들의 경우 해외 자금 조달과 서류 마련에 시간이 걸려 잔금을 늦게 치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 탓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계약 뒤 4개월이 넘도록 미등기 상태인 아파트는 실거래가 띄우기 등 이상 거래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본다.
실제로 올해 7월 서울 서초구에서 아파트 집주인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집값 담합을 주도한 외국 국적 동포 ‘방장’이 적발됐다.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매수한 외국인은 중국인(34.8%)이었다. 자치구별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성동구 등 12곳에선 미국인 매수 건수가 가장 많았다. 중국인의 경우 마포·광진·영등포구 등 13개 자치구에서 매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외국인이 매수한 서울의 고가 아파트 가운데 등기가 완료된 53건 중 34건(64.2%)은 ‘검은 머리 외국인’이 매수한 것으로 추정됐다. 34건의 매수인은 한국 이름이거나 한국 성씨를 가진 영미권 시민권자였다.
이에 대해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최근 국내에 외국 시민권자들의 ‘역이민’이 늘고 있다”며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 등을 이용하기 위해 국내에 집을 매수하려는 유인이 높다”고 설명했다.
53건 중 국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한 건수는 20건(37.7%)에 불과했다. 상당수가 해외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들이 해외에서 대출 규제 없이 자금을 조달해 고가 주택을 구매하면서 집값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외국인도 국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다면 내국인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지만, 해외는 대출 규제가 사실상 없는 수준”이라며 “미국의 경우 소득이 충분하다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의 80∼90%대도 얼마든지 대출할 수 있다”고 했다.
편법 증여로 의심되는 사례도 발견됐다. 올해 8월 서울 강남구 효성청담101의 전용면적 226m²는 74억5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3월 50대 집주인 A 씨가 몰타로 국적을 변경한 뒤 5개월이 지나 같은 성씨의 30대 몰타인 B 씨에게 매도한 거래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몰타는 남유럽에 있는 섬나라로 면적 316㎢(서울시의 절반에 불과)짜리 섬에 약 51만명의 인구가 모여 산다. 증여세가 없어 자산가들이 상속과 증여를 목적으로 투자 이민을 가는 주요 국가 중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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