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전 세계 임직원 15%에 해당하는 1만5000명을 대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26억7000만 달러(약 3조6500억원) 손실을 내며 역대 최악의 실적을 거둔 탓이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 구조조정 조치이기도 하다.
내부 사정도 좋지 않은데, 외부에선 퀄컴의 '인텔 인수설'이 퍼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같은 날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종료에 맞춰 퀄컴이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 보도했다. 퀄컴은 지난해 기준 모바일 기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한 업체다. PC의 절대 강자 인텔이 모바일 강자에게 인수 당하는 굴욕적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반도체 제국 인텔의 위기는 시장 흐름에 대한 오판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6년 스티브 잡스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는 인텔에 아이폰용 AP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인텔은 당시 모바일 시장의 성장성을 낮게 보고 거절했다. 이후 2011년 모바일 시장이 PC 시장을 추월하며 인텔은 큰 기회를 놓치게 됐다.
이후에도 인텔은 매출 중심 경영을 이어가며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상실했다. 인텔의 실적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성장했으나, 반도체 공정은 2014년 14나노미터(1㎚= 10억분의 1m)를 끝으로 2020년까지 6년간 사실상 정체됐다. 그 사이 삼성전자, TSMC 등 경쟁사는 공정에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인텔은 2021년 매출로 790억 달러(약 107조원)를 벌어들이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나, 지난해엔 매출이 540억 달러(약 74조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2년 사이 250억 달러(약 34조원)나 감소한 것이다.
다만 인텔도 반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대규모 감원도 경영 효율화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난 15일엔 중앙처리장치(CPU) 경쟁사인 미국 AMD와 '반도체 설계 표준' 제정을 위한 공동 자문단을 만드는 등 주변 기업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 오는 24일 미국을 시작으로 최신형 CPU인 15세대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도 출시할 예정이라 향후 신형 CPU에 대한 시장의 반응과 인텔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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