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에 사용되는 GLP-1은 음식 섭취 후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켜 혈당을 낮추는 인크레틴 호르몬으로 식욕을 감소시켜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
비만치료에 혁명을 일으킨 GLP-1 물질을 발견하고 개발한 사람은 '조엘 하베너'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교수와 '스베틀라나 모이소브' 록펠러대 교수, '로테 비에레 크누센' 노보노디스크 최고과학고문 세 사람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들의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비만치료제를 세상에 내놓게 됐다. 세 사람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9일(현지사간) 2024년 '래스커상' 임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래스커상은 의학 분야 최고 권위의 상 중 하나로 '미국의 노벨 생리의학상'이라고 불리며 수상자 중 상당수가 노벨상까지 수상한 바 있다.
위고비의 국내 출시 소식은 비만 환자들로부터 환영받고 있지만 미국 내 한 달 치 약 가격이 1350 달러(약 180만원)인 만큼 한국에서도 비슷한 가격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현재 국내에서 비만치료제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위고비 역시 비보험가로 구매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국산 비만치료제 개발 상황에 비만 환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LG화학과 일동제약, 한미약품 등의 제약사에서 빠른 시일 내 국산 비만치료제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서 개발 중인 치료제는 모두 임상 단계에 접어들었다.
LG화학에서 개발 중인 'LB54640'은 경구용 비만치료제 신약 후보 물질로 희귀 유전성 비만 치료를 목표로 한다. 포만감 신호를 전달하는 MC4R(멜라노코르틴-4 수용체) 단백질의 작용 경로를 표적해 식욕을 억제한다. LG화학은 LB54640의 글로벌 상용화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지난 1월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와 14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계약을 체결했으며, 7월부터 미국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202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동제약도 지난 달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경구용 GLP-1 계열 비만치료제 'ID110521156'의 임상 1상에 착수했다. ID110521156은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를 목표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 물질이다. GLP-1 호르몬과 유사하게 작용해 체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 수치를 조절하며 식욕 억제 및 위장관 운동 조절에도 관여한다. 질환 전임상에서 효능 평가와 독성 평가를 통해 인슐린 분비 및 혈당 조절 관련 유효성과 안전성 등을 확인한 바 있다.
주사제의 경우 빠른 흡수율이 장점이지만 편리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전부터 국내외에서 경구용 비만치료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며 "LG화학과 일동제약에서 개발 중인 개량신약이 개발에 성공할 경우 환자를 비롯해 비만치료제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 모두가 사용할 수 있어 경구용 비만치료제 시장 개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 'HM11260C(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물질로 GLP-1 수용체에 작용해 뇌에서의 식욕 억제 효과, 포만감 증가, 위에서의 음식물 배출 속도 감소 등의 효과를 통해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주 1회 피하 주사 투여 방식으로 개발 중이며 현재 국내 임상 3상, 미국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해당 치료제는 2027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미약품은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통해 비공개 파이프라인으로 개발해 온 '신개념 비만치료제'의 타깃 및 비임상 연구결과를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비만학회(ObesityWeek)에서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학회에서 공개될 신개념 비만치료제는 인크레틴과는 전혀 다른 작용 기전으로, 체중 감량 시 근육을 증가시키도록 디자인해 체중 감량 시 근육 손실(감량 체중의 최대 40%)을 동반하는 기존 치료제들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 특징이다. 한미약품은 해당 비공개 파이프라인의 경우 인크레틴 병용은 물론 단독요법으로도 체중감량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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