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기차 포비아' 방지 대책] '배터리 충전률' 빠진 전기차 안전관리 대책…BMS 안전기능으론 불충분

임효진 기자 2024-09-06 18:13:25
BMS 안전기능으론 불충분 국토부 대책 회의에서도 업계 반발에 정부 커 정부 알아서 눈치보기 ?
 
지난달 1일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녹아내린 충전기가 보인다. 이 사고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차량 87대가 불에 타고 793대가 그을렸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지난달 1일 인천 전기차 화재 이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서울 등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전기차 충전율 90%'를 넘으면 아파트 지하주차장 출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사고 후 한 달이 지나 정부가 발표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에는 이 같은 정책이 빠져 있었다. 사고 예방 중 가장 검증된 방법으로 꼽히는 충전률 제한이 안전 대책에서 빠지면서 ‘앙꼬(팥) 없는 찐빵’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완성차와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충전률 제한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정부가 한 발 물러선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전기차 배터리 및 충전시설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며 “앞으로 정부가 배터리 안전성을 사전에 인증하고 배터리 제조사와 제작기술 등 주요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엔 자동차 제작사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제조물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제외하고 제조물 책임보험자는 가입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제조물 책임보험은 제조업체가 생산한 제품이 소비자에 손해를 입혔을 때 제조업체가 책임을 지고 이때 발생하는 배상금을 보험회사가 대신 지급하는 보험이다.

배터리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전기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기능을 개선하고 화재 위험성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국토교통부가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기차 화재 대응 태스크포스(TF)팀 회의에서 꾸준히 제기된 전기차 충전률 제한에 관한 정책은 빠졌다. 전문가들은 '반쪽 짜리 안전 대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충전율을 낮추면 어느 정도 안전한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인데, 이런 부분들이 빠져 실질적인 대책치고는 아쉬움이 많다"며 "소비자를 위한 교육이나 매뉴얼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들이 없다는 점에서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대책에 관련 내용이 빠진 걸 두고 '정부가 기업들 눈치보다 알아서 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 TF팀 회의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국토부가 화재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배터리 완충을 막기 위해 배터리 내부 충전량을 자체적으로 80~90%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제조업체와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충전률을 제한하면 완충 때보다 주행거리가 짧아진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했다는 당시 분위기도 알렸다(8월 29일자 보도. [단독] '전기차 배터리' 정책 발표 앞두고 업계-정부 신경전).
 
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화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배포한 자료에서 "(현대가)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는 100% 충전해도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고 자사 자동차는 과충전에 의하 화재 사고가 0건"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업체들의 입장을 반영이라도 하듯 이날 정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엔 "정부는 대책 마련의 근거로 전기차 안전 관리의 실효성과 함께 산업 경쟁력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진행한 합동브리핑에서도 기자들이 현대차의 입장 발표와 이날 대책 사이에서 정부의 평가를 집요하게 물었지만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과충전으로 인한 화재 발생 여부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게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