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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정비사업 흔드는 공사비·환율…건설업계, 체력 한계 우려

우용하 기자 2025-12-26 10:03:49

수입 자재 가격 직격…공사비 인상 압력 확대

공급 위축·사업 지연 가능성 재부상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공사비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황에 환율까지 요동치면서 건설업계를 둘러싼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직결돼 공사비 부담을 한층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분담금 인상과 사업 지연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10시 기준 원·달러 환율 거래가는 1452.10원이다. 지난 23일 1483.6원까지 오르며 8개월 만의 최고치 기록했던 환율은 외환당국이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다소 진정된 모양새다.
 
환율 상승은 건설업계에 즉각적인 비용 압박으로 작용한다. 철근, 시멘트 원료, 마감재 등과 같은 수입 자재의 가격이 환율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시공 계약을 하더라도 착공까지 각종 인허가 절차로 시차가 발생하는 만큼 환율 변동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구조다.
 
건설업계에서는 환율이 상승할 경우 인상된 자재 가격을 공사비에 반영할 수밖에 없고 결국 조합원 분담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또 시행사나 건물주 입장에서는 공사비 지수 상승 자체가 사업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사비 지표는 이미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는 지난 10월 131.74를 기록하면서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9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공사비 상승세가 이어짐에 따라 정부도 내년 적용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건설공사 표준품셈과 표준시장단가를 23일에 공고했다. 이는 국가계약법상 예정가격을 산정할 경우 직접 공사비를 산출하는 핵심 기준이다. 이번 공고에서 표준시장단가는 올해 대비 2.98% 올랐다.
 
일각에서는 공사비 부담이 주택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용 상승분을 모두 분양가나 공사비에 전가하기 어려워지게 된다면 건설사의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가격까지 올라 비용 압박은 더 커진다”며 “이미 공사비가 한계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이고 추가 상승은 큰 부담인 만큼 정비사업 현장에서 건설사들이 계약 조건을 다시 들여다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재비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는 상황은 건설사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상황이다”라며 “분양가와 공사비를 조정해도 관리하기 힘들 정도로 수익성 악화가 누적되면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율과 공사비라는 이중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건설업계 전반의 체력 저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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