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에는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 최대주주에 적용되던 할증 폐지 등이 담겼다. 이에 따라 최고세율 50%, 주식 할증 20% 등 총 60%가 적용되는 상속세율은 40%로 급격히 낮아졌다. 정부도 개편안과 함께 "기업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천경욱 세무법인 송우 대표세무사는 27일 “최고세율이 낮아지면서 가장 이득을 보는 건 거액의 자산가들, 그중 대주주한테 유리한 내용"이라며 "특히 최대주주 할증에 관한 세제만 빠진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 총수 일가의 세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그 중 '한 푼이 아쉬운' 정 회장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재계 총수 중 주식 재산 순위 3위인 정 회장에게 '한 푼'이라는 표현을 쓴 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전환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로 지배구조를 바꾸려던 계획이 무산된 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풀지 못했다. 최근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 회장으로선 현대차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당장 정 회장의 현실적 부담은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재산에 대한 상속 또는 증여로 발생하는 세금이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모비스(7.29%), 현대차(5.44%), 현대제철(11.81%)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주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4조7500억원에 달한다. 상속을 받게 될 경우 기존 60% 세율을 적용하면 정 회장은 2조8500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개편안에 따라 40%를 적용하면 세금 규모는 1조9000억원으로 줄어든다. 세 곳의 주식 지분 만으로 단순 계산한 상속세인데도 약 1조원 가량 줄어든 셈이다.
이는 정 회장이 현대차 지분(21.86%)을 가장 많이 보유해 현대차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현대모비스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이 0.33%에 불과해 지분 확보가 절실하다. 정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7.29%를 상속 받아도 7.6% 수준에 불과해 지배력을 행사하는데 무리가 있다. 줄어든 상속세 1조원은 현대모비스 지분 약 5%를 확보할 수 있는 규모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의 지분 자체가 굉장히 낮아 현대모비스 지분을 어떻게 차지할 것인가에 관한 이슈는 여전히 남는다”고 말했다.
상속세 절감은 정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를 실행하는데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들은 정 회장이 개인 지분이 가장 높은 현대글로비스(20%)를 활용할 것이라 보고 있다.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처럼 현대모비스를 투자부문과 AS 사업부문으로 인적 분할해 두 법인 모두 상장을 유지한 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투자부문 지분을 교환하는 게 유력하다.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17.54%)을 매입하는 차선책도 있다. 기아차 보유 지분의 규모는 3조8357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사는 “배당금을 늘리는 데는 두 가지 노림수가 있다. 먼저 현금을 확보할 수 있고 둘째로 주주 환원율에 비례해 주가도 오른다”며 “단순히 배당금을 높이는 데서 나아가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 주가를 함께 올리면 후에 합병해도 잡음을 없앨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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