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항공업계와 물류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때 극심한 수급난을 경험한 항공사 화물 고객들이 엔데믹 이후에도 항공기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항공 운임은 ‘부르는 게 값'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올랐다. 팬데믹 이후 만성화된 공급망 차질로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타사보다 먼저 화물기에 자리를 마련해 두려는 경쟁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지정학적 영향으로 수급 불균형까지 심화되면서 공급망 차질이 ‘뉴노멀’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해 사태 등으로 해상 운임이 오르면서 항공 물류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난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행기가 항공길을 우회해 돌아가면서 물리적 공급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에 따른 수급 불균형 정도가 커지면서 항공 화물 고객 간 자리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항공사와 고객 간 ‘BSA(특정 고객이 항공사 공급의 일정 부분을 구매하는 계약)’나 ‘차터(항공기 전체를 임대하는 계약)’ 등이 증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아시아 지역에서 이 같은 현상이 동시다발로 발생하면서 현재 시장에 풀린 공급 물량은 이미 판매된 상황이라고 업계 쪽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7~8월을 기준으로 한국 시장을 볼 때 전례 없는 수준으로 항공 화물 차터 공급이 펀성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뿐 아니라 외항사에 대한 수요도 발생하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으로 공급 자체가 줄어 들면서 단발성으로 나오는 자리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로 높은 운임을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공급을 상회하는 수준의 초과 수요가 지속되면서 항공 운임은 최근 증가세를 보였다. 홍콩~미국 노선 항공 화물 운임은 지난해 말 ㎏당 7.1달러에서 올해 2월 4.66달러까지 떨어진 뒤 3월부터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항공 화물 운임은 ㎏당 5.72달러를 기록했다. 홍콩~유럽 노선 운임도 지난 3월 ㎏당 3.92달러로 근래 최저치를 찍은 후 지난달 4.5달러까지 올랐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항공 수요도 항공 물류 산업에 또 다른 큰 흐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약정한 시점까지 배송하지 못하면 고객에게 돈을 돌려주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가운데 더 빨리 배송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 지불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최근 해상 운임이 많이 올라 기업들이 체감하는 항공 운임 비용은 조금 낮아졌다”며 “무엇보다 수출 업자 입장에서는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페널티를 내야 해서 비싸더라도 항공기를 이용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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