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충전소 없어 KTX 탑니다" 현대차 넥쏘 운전자의 하소연

박연수 기자 2024-08-08 17:33:13
여의도 'H국회 수소 충전소' 앞 늘어선 현대차 '넥쏘' 전국 수소 충전소 182곳, 강원 내륙·경북 동해안 '0곳' 정작 운영 업체는 수요 없어 '적자'…아직은 먼 '수소 시대'
7일 서울 영등포구 'H국회 수소 충전소'에서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넥쏘가 충전 중이다. [사진=박연수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지난 7일 오전 10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H 국회 수소 충전소'.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수소전기차) '넥쏘'가 줄지어 들어왔다. 경찰 기동대 소속 수소전기버스 한 대가 충전소로 진입하자 입구에는 충전을 기다리는 차량으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넥쏘 한 대를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남짓, 대형 버스는 15~20분 정도로 내연기관 차량을 주유하는 시간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충전 대기 차량이 늘어선 건 이곳이 영등포구에 있는 유일한 수소 충전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소전기차 운전자들은 충전소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수소전기차는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면서 일반 전기차보다 충전 시간이 짧아 미래 친환경 차량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충전 인프라가 부족해 대중화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공개된 전국 수소 충전소 수는 7일 기준 182곳에 불과했다. 이 중 충전소가 가장 많이 설치된 지역은 경기도(30곳)였다. 서울에는 10곳, 충북과 경남에는 각각 19곳, 울산에는 10곳이 만들어졌다. 제주를 비롯해 강원 태백시, 경북 안동시, 영덕군 등 내륙과 동해안 일부 지역에는 한 곳도 없다.

이날 국회 수소 충전소에서 만난 운전자 모두 차량에는 만족하면서도 충전 문제를 지적했다. 장거리를 이동할 땐 미리 수소 충전소 위치와 운영 시간을 확인해 여행 계획에 반영하거나 아예 다른 차량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운전자가 다수였다.
지난 7일 기준 전국 수소차 충전소 분포 현황 [사진=무공해차 통합누리집 캡쳐]
여의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임재근(47)씨는 "넥쏘를 구매할 때 정부 지원금이 3500만원가량 나와 좋았다"면서도 "비수도권에선 충전소를 찾기 어려워 멀리 갈 땐 KTX를 타고 이동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넥쏘 운전자 김종도(68)씨는 "차량을 운행하기 전에 미리 충전소 위치를 확인하고 전화로 충전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에야 출발한다"고 전했다.

이른바 세컨드카로 넥쏘를 탄다고 한 유재학(62)씨는 "넥쏘로 장거리 운전을 하기보단 연료 보충이 쉬운 다른 내연기관차를 이용한다"며 "수소전기차 연료비가 가솔린차보다 1년에 400만원 정도 저렴하지만 충전소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국회 수소 충전소는 충전기가 2개 설치돼 사정이 낫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소 충전소 대부분은 충전기를 하나 밖에 갖추지 않아 이용객이 오랫동안 줄을 설 수밖에 없다"며 "수소전기차 보급이 내연기관차만큼 활발해질 때까지는 한참 멀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수소 충전소를 찾아보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이다. 국회 수소 충전소 운영 업체인 하이넷만 놓고 봐도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무경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하이넷은 △2019년 11억4000만원 △2020년 22억5800만원 △2021년 58억8200만원 △2022년 84억5000만원 적자를 냈다. 4년간 누적 적자만 166억원에 달한다.

막상 충전소가 있어도 수소를 소비할 수소전기차 보급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국내 수소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올해 6월 기준 3만5987대로 같은 달 자동차 총 등록 대수(2613만4475대)의 0.14%에 불과했다. 지난해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2030년 30만대'와 비교해도 한참 모자란다. 소비자들은 수소를 충전할 곳이 없어 수소전기차 구매를 꺼리고 수소 충전소는 수요 부족을 이유로 만들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는 전기나 석유와 달리 생산과 운송이 어려워 인프라 구축이 쉽지 않다"며 "정부나 기업이 수소전기차 대중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전기차도 완전히 보급되지 않은 상태여서 역량을 수소전기차에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