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인더스토리]"노머니 예스광고"…삼성·기아 '공짜' 홍보맨의 정체

박연수 기자 2024-08-01 17:45:13
삼성 홍보맨 '바이든' 기아 홍보맨 '데드풀'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속 장면 [사진=마블]
[이코노믹데일리] <편집자주> 인더스토리는 현장을 뛰는 산업부 기자들의 취재 뒷이야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지면에 미처 담지 못한 생생한 후기를 쉽고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삼성과 기아를 위한 공짜 홍보맨이 미국에 있습니다.  

지난달 말 개봉한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에는 기아 '카니발'을 위한 공짜 홍보맨이 나옵니다. 중고차 판매 직원인 주인공 데드풀의 대사 때문인데요. 데드풀은 손닙들에게 중고차를 팔기 위해 혼다 '오딧세이'보다 카니발이 낫다는 얘기를 합니다. 이후 울버린과 싸우는 장면에서도 계속해 카니발이 언급됩니다. 

이런 장면을 본 관람객들은 "기아 카니발이 광고처럼 나온다", "이번 영화에 간접광고(PPL)로 나오더라" 등 기아의 PPL을 확신하는 후기를 남겼습니다. 

문득 간접광고 여부에 의문이 생겨 기아 관계자에 확인 전화를 했더니 놀라운 얘기가 돌아옵니다. 이 관계자는 "아 그런가요"라며 처음 듣는 듯 반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후 돌아온 답변은 "기아가 따로 투자하지 않았다"는 말이었습니다.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의 국내 홍보를 맡은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도 같았습니다. 

자동차 업계는 영상 광고에 많은 금액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TV광고조사기관인 '아이스폿티비'에 따르면 기아와 형·동생 관계인 현대자동차는 2021년 한해 TV광고에  3045억원을 사용했습니다. 특히 현대차는 2016년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에 자동차 광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우리 기업 홍보에 직접 나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6월 본지에서 보도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 홍보 사례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번째 TV토론을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이든은 삼성 홍보맨 역할을 합니다. 자신의 고령 리스크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샘송'을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토론회 이후 언론과 인터넷에는 '삼성이 승자'라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을 보고 있으니 사자성어 '어부지리'가 떠오릅니다. 삼성과 기아는 '어부'가 됐습니다. 바이든과 트럼프, 데드풀과 울버린이 싸우는 사이 가만히 있다 이익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두 기업이 가만히만 있었던 건 아닐지 모릅니다. 성장을 위한 그 동안의 노력이 기반이 돼 긍정적인 결과로 돌아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