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정유업계, 기다리던 '드라이빙 시즌' 왔지만···하반기까지 '험로' 거친다

유환 기자 2024-07-22 18:37:30
드라이빙 시즌에도 정제마진 오히려 감소 중국 경기 부진으로 석유제품 수요 둔화 러시아산 원유, 중국 통해 아시아에 풀려
전남에 위치한 GS칼텍스 여수 공장 전경[사진=GS칼텍스]
[이코노믹데일리] 정유업계 성수기 불리는 여름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이 돌아왔지만, 정유업계 핵심 지표인 정제 마진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중국의 경기 부진과 러시아산 원유 과잉 공급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하반기에도 정제 마진 하락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최근 키움증권이 공개한 '주간 정유·화학 보고서'를 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 마진은 배럴(약 159ℓ) 당 7.9달러까지 떨어진 걸로 나타났다. 복합 정제 마진은 원유 가격과 휘발유, 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의 차익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정유사의 복합 정제 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 당 4~5달러 선이다.

매년 6~8월은 드라이빙 시즌이라 불리는 휴가철 이동 수요로 석유 제품 소비가 늘어나게 마련인데, 올해 복합 정제 마진은 지난 1분기 평균 약 10달러까지 올랐다가 2분기 약 6달러로 40% 급락했다.

복합 정제 마진 하락을 이끈 핵심 요인으로 중국의 경기 부진과 아시아 지역의 석유 제품 수요 둔화가 지목됐다. 중국의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4.7% 성장했다. 지난해 1분기 GDP 성장률이 4.5%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지난 6월 아시아 원유 수출분 공식판매가격(OSP)을 배럴 당 0.4~0.6달러 내리며 아시아의 수요 둔화 반증했다. OSP는 사우디가 중동 외 지역으로 원유를 수출할 때 붙이는 일종의 프리미엄이다. 아시아의 석유 제품 수요 감소를 염두에 두고 OSP를 내린 걸로 풀이된다.

휘발유보다 경유와 등유의 마진 하락 폭이 더 큰 것도 세계적 경기 부진을 의미하는 신호다. 휘발유의 7월 정제 마진은 11.7달러로 5% 하락했지만 경유와 등유는 7% 하락해 각각 14.8달러, 14.2달러를 기록했다. 승용차에 주로 쓰이는 휘발유에 비해 경유와 등유는 산업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수요 감소가 곧 경기 부진으로 해석된다.

반면 러시아산 원유로 인해 아시아 지역에 공급되는 석유 제품 물량은 크게 늘어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러시아산 원유 가격이 중동산 원유 가격보다 40%가량 저렴하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산 원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주요 선진국에서 금수 조치를 내려 중국, 인도 등 일부 국가만 구매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액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중국은 원유 약 5억6399만t을 수입했는데 이 중 19.0%에 해당하는 1억702만t을 러시아산이 기록했다. 중국에서 값싼 러시아산 원유로 만들어진 석유 제품이 중국 내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싱가포르에 풀린 셈이다.

정유업계에선 이런 추세가 최소한 하반기까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기 부진과 과잉 공급 모두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하반기에 날씨가 좋아 하계 휴가철처럼 이동이 몰리거나 미국에 초대형 태풍이 와서 현지 정유 설비가 마비돼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은 이상 현 상황에서 큰 변화가 생기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