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정유사 SK이노베이션과 국내 최대 민간 발전사 SK E&S는 지난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을 의결했다. 다음달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면 오는 11월 자산 약 100조원, 매출 약 88조원 규모의 초거대 에너지 기업이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된다.
두 회사는 합병 이유에 대해 "미래 전기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전기화란 최종 에너지원이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전환하는 걸 의미한다.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로 바뀌는 게 대표적인 예다.
합병을 의결한 다음 날 두 회사는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합병 배경과 계획 등을 설명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미래 전기화에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은 석유, 화학에 강하지만 전기 부문이 약했다"며 "반면 SK E&S는 전기는 잘 다루지만 국제 네트워크가 약해 두 회사의 역량을 합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합병 이유를 설명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론 원유와 LNG의 트레이딩(단기 거래) 역량 통합과 인프라 공동 활용 등이 거론됐다. 상호 간 자원 거래 노하우를 공유하며 거래에 필요한 선박, 부두 시설 등을 공동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강조한 부분은 정유업과 발전사업을 합쳐 재무적 안정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국제 유가와 정제 마진에 따라 실적 변동 폭이 큰 정유업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발전사업을 합치면 실적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 이를 위해 박 사장은 '시너지 태스크포스(TF)' 등을 만들어 두 회사가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찾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업계는 근본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했다.
우선 원유와 LNG를 함께 운영하더라도 두 제품의 물성이 달라 인프라를 공동 이용하는 게 어렵다. 원유는 상온에서 걸쭉한 액체 상태로 보관하지만 LNG는 영하 170도 극저온에서 초고압 상태로 보관한다. 이에 따라 운송을 위한 파이프라인과 저장 탱크 모두 개별로 운영해야 한다.
재무적 안정성도 코로나19 사태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적 공급망 위기가 재발하면 흔들릴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원료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지정학적 위협에 취약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정유업계에선 사업적 시너지 효과가 기대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며 자금난 해소를 위한 합병이라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은 정유사가 LNG 사업까지 같이 진행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시너지 전략을 소개했는데 이는 같은 회사 안에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이미 정유·석유화학업계에서 공단 내 전력 공급이나 소재 사업을 위해 LNG 사업도 같이 병행하는 경우가 많고 필요한 경우 타사 LNG 터미널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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