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단순 화재 아니다"…문제는 유독가스·대기오염

고은서 기자 2024-06-24 15:45:49
전기차에 사용되는 2차전지와 다른 '특수화재' 박철완 교수 "대기 중 퍼진 독성가스 파악해야"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경기 화성시 서신면에 있는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또다시 배터리 위험성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는 "2차전지와 달리 아리셀에서 제조하는 1차전지는 군용전지라서 전기차나 휴대폰 등과 아무 관련없다"며 "문제는 특수용 1차전지 화재이기 때문에 독성가스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4일 오전 10시 30분경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현재까지 1명 사망, 23명이 실종됐다.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셀 1개가 연소되기 시작했고 연쇄 폭발이 일어나면서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공장 내부에는 3만5000여개의 전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 리튬전지에서 발생한 불은 일반 화재와 달리 물로는 진화가 안 돼 불이 붙은 전지가 연소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이번 화재도 불길이 워낙 거센 데다가 구조대원이 들어가 진화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리튬전지 화재와는 달리 이번 화재는 다양한 전지 공장의 화재 중 대기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화재"라며 "염화티오닐(SOCl₂)이라는 용매를 보관하고 있던 공장에서 불이 나서 그 용매가 기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염화티오닐은 맹독성 물질로 흡입과 접촉에 모두 유의해야 한다. 박 교수는 "전지공장에서 화재가 난 건 맞지만 일반적인 배터리 산업, 즉 2차전지 산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화재에 의한 연소가스가 위험한 게 아니라 아리셀에서 생산하는 1차전지의 핵심이 되는 염화티오닐이 매우 위험한 물질이기 때문에 대기 중 확산 현황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고 전했다.

독성물질이 대기 중에 유입됐을 경우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ㅣ.

박 교수는 "이미 화재가 발생한 뒤 3시간 이상 지났기 때문에 대기 중으로 고농도, 대량의 염화티오닐이 유입됐을 것"이라며 "아리셀 공장 직원뿐만 아니라 그 주변 공장 직원들과 소방관들조차 위험한 상황이다. 소방본부에서 대기로 퍼지는 독성물질을 유의해야 한다는 안전 문자가 최소한 제대로 나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화재가 난 리튬전지가 이미 공급이 돼 사용 중인 셀 한 두개에서 연소가 발생했다면 워낙 농도가 낮기 때문에 큰 문제로 번지지 않는다"며 "생산 공장에서 어느 정도로 공기 중으로 확산됐는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무서운 사고"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1차전지는 불이 붙은 뒤 물을 뿌리게 되면 수소가 발생해 또 다른 폭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