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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시 국내 최대 '통합 LCC' 탄생 임박…LCC 판도 전격 개편

임효진 기자 2024-06-11 08:00:00
조원태 회장 "10월 말까지 완전한 승인 기대" 티웨이·에어프레미아 장거리 노선 넘겨 받고 기존 항공사 모델 벗어난 새로운 모델 창출 과제 장거리 출사표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할 것"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합친 '통합 LCC' 출범
지난달 19일 인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천국제공항 계류장.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한 지 햇수로 5년이 됐다. 미국 경쟁당국 한 곳의 심사만을 남겨둔 가운데 지난 2021년부터 진행해 온 합병 작업이 올해 안에 완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10월 말까지 미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한 완전한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두 국적 항공사의 합병이 추진되는 사이 국내 항공업계 판도는 바뀌었다. 국내 항공업계가 새 판을 짜게 된 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때문이다. 

공정위는 2022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대한항공 독점이 우려되는 노선에 대해 슬롯·운수권 이전 등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공정위 시정명령을 기준점으로 삼은 유럽연합(EU)과 미국 경쟁당국은 대형항공사(FSC)의 전유물로 여기던 운항 시간 8시간 이상의 장거리 노선 이전을 요구했다.

이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장거리 노선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로 뛰어들었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의 유럽 노선을, 에어프레미아는 미주 노선을 넘겨 받았다.

대한항공의 주요 유럽 4개 노선(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을 넘겨 받은 티웨이항공은 다음달부터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노선을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파리·프랑크푸르트행 항공기도 띄운다. 장거리 노선 운항을 위해 올해 A330-300, B737-8, B737-800 등 중대형기 총 7대도 새로 도입할 계획이다.

항공업계에선 ‘대한민국 대표 LCC’로 소개하는 티웨이항공을 더 이상 LCC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LCC를 규정하는 법이나 제도적 기준은 없지만, 항공업계에서는 항공기 운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고객에게 낮은 운임으로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 비즈니스 모델로 LCC를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단거리 운항을 주력으로 하면서 단일 기종의 규모가 작은 중·소형 항공기로 항공기단을 구성하는 게 특징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소한의 운임으로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FSC에서 무료로 제공하던 기내식, 수하물 등 서비스를 유료화 해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한 것이 LCC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티웨이항공은 장거리 운항을 하면서 기내식도 주고 수하물 추가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하는 등 FSC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으로부터 미주 노선을 이관 받은 에어프레미아도 전형적인 LCC와는 다른 모습이다. 티웨이항공과 달리 FSC와 LCC의 장점만을 합친 일명 ‘하이브리드(HSC)’ 항공사를 표방한 곳이 에어프레미아다. FSC 서비스 특징 중 하나는 이코노미부터 비즈니스·퍼스트 클래스로 좌석을 구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에어프레미아는 ‘모노클래스’로 동일한 좌석을 제공하는 기존 LCC들과 달리 이코노미와 프리미엄 이코노미로 등급을 나눠 좌석을 판매한다. 그러면서도 기존 LCC처럼 단일 기종 전략 등을 활용해 저렴한 가격에 항공편을 제공한다.

에어프레미아는 창사부터 대형항공기 ‘B787-9 드림라이너’만 도입하며 중장거리 특화 항공사를 자처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항공사를 FSC와 LCC 틀 안에서 해석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지적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윈의 진화론’에 빗대 LCC들이 새로운 항공 생태계를 만들고 있고 여기서 적응한 항공사들만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그는 “티웨이는 LCC지만 장거리를 뛰고 있고 에어프레미아는 LCC지만 프리미엄급이라는 자신들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며 “장거리 운항 출사표를 낸 만큼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할 때”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함께 초대형 '통합 LCC'의 탄생 가능성도 제기됐다. 두 회사의 자회사로 있는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LCC가 합쳐지면 이들이 보유한 항공기만 64대가 된다.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42대) 규모를 훨씬 뛰어넘게 된다.

진에어 관계자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이뤄져도 계도 기간 1년 동안은 분리 운영되는 데다 중복되는 노선을 정리하는 기간도 2~3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조 회장이 대한항공 LCC의 보유 항공기를 5년 안에 최대 100대까지 확대하는 ‘상당한 성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면서 통합 LCC가 탄생하면 업계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