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 ISDS 후폭풍(上)] 5년 뒤 헤지펀드에 줄 돈 3052억원…정부 시간끌기에 지연이자 '눈덩이'

성상영 기자 2024-05-20 18:31:59
메이슨·엘리엇 배상금 이미 2392억원 연 복리 5% 적용돼 수백억 추가 부담 정부는 '불복'…시간 끌수록 혈세 '줄줄'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법무부가 '삼성 합병'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벌인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S) 절차에서 패소하면서 혈세로 치러야 할 배상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메이슨·엘리엇 측이 입은 손실 원금에 이자, 법률 비용까지 합한 금액은 이미 24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법무부가 엘리엇 건에 대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정에 불복,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지연 이자까지 차곡 차곡 쌓이고 있다. 복리 이자인 점을 고려했을 때 향후 법무부가 메이슨 건까지 무효 소송에 나서게 된다면, 배상금 규모는 3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한국 정부가 메이슨과 엘리엇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 총액은 2392억원에 달했다. PCA가 지난 15일 공개한 메이슨 사건 중재판정문과 지난해 나온 엘리엇 사건 중재판정문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다. 20일을 기준으로 메이슨과 엘리엇에 물어줘야 할 원금과 지연 이자 등 총액은 각각 818억원, 1574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미국계 헤지펀드는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 논란이 불거진 2015년 7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했다. 합병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가 보유한 주식 1주에 제일모직 주식 0.35주를 주는 식으로 교환 비율을 산정해 손실을 봤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었다. 삼성물산 주주였던 이들은 주식 가치 하락을 우려해 반대했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하면서 총 1조3000억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메이슨·엘리엇 '삼성 합병' 관련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S) 중재 결과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할 금액. [자료=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각 사건 판정문을 토대로 계산/ 성상영 기자]
 
PCA는 지난달 11일 메이슨이 입은 손실을 3203만 달러(약 435억원)로 판정했다. 지난해 6월 엘리엇 사건에서는 손실 규모를 5359만 달러(728억원)로 인정했다.

한국 정부가 혈세로 충당할 배상 비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두 사건 모두 손실 원금은 물론 중재 비용과 법률 비용·경비에 연 이율 5%의 복리 이자가 붙고 있어서다.

지난해 6월 20일 엘리엇 사건 판정이 나오고 곧바로 배상금을 지급했더라면 1507억원을 내면 됐지만 법무부가 무효 소송을 청구한 탓에 20일 현재 70억원 가까운 지연 이자가 더해졌다. 서울외국환중개에서 고시한 원·달러 환율 1350원을 적용해 배상액을 1년 뒤 지급하게 되면 지연 이자는 146억8380만원가 된다. 5년 뒤에는 502억3563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사진=게티이미지]

메이슨 사건 역시 PCA 판정 한 달여가 지난 20일 기준 4억원가량 이자가 발생한 상태다. 1년 뒤 불어날 이자만 44억4621만원이다. 지급 시기를 5년 뒤로 잡으면 229억3881만원으로 늘어난다. 시간을 끌수록 국고 손실만 커진다는 의미다. 법무부가 메이슨 사건 판정에도 불복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무효 소송 결과가 나오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장담하기 어렵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 사건 판정을 두고 제기한 무효 소송이 이번 메이슨 사건 판정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점이다. 국제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메이슨 사건 판정은 엘리엇 건보다 한 발 나아가 국가의 개입이 있었다고 봤다"며 "PCA 판정이 무효가 되는 사유는 중재인이 뇌물을 받았거나 절차상 아주 중대한 하자가 드러나는 등 아주 예외적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