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축제

[K-축제] 포항 야시장 축제 마켓피어나인, 구룡포 마을의 상생 실험

성상영 기자 2024-05-16 05:00:00
포항 해양 미식 축제 '마켓피어나인' 개최 무료 바비큐장·푸드트럭에 발길 이어져 관광 자원 발굴해 지역 경제 선순환 효과
지난 10일 경북 포항시 구룡포 방파제에서 야시장 축제인 '마켓피어나인'이 열리고 있다. [사진=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경북 포항시 구룡포에 주말마다 야시장이 들어서며 이곳이 지역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12일부터 매주 금·토·일요일 저녁 열리는 '마켓피어나인(Market Pier 9)'은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면서 가족 단위는 물론 2030세대 방문객을 모으고 있다.

구룡포는 과메기가 유명한 마을로 겨울이 되면 제철을 맞은 과메기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인근 호미곶에는 일출이 장관을 이루며 장사진을 이룬다. 외지인에게 포항이라고 하면 포항제철소와 함께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다.

15일 포항시에 따르면 마켓피어나인은 마땅한 볼거리가 없다고 알려진 포항을 전국에서 찾는 축제장으로 만들기 위해 탄생했다. 야시장을 기획한 포항문화재단은 마켓피어나인을 "국내 최초의 부두 야시장이자 해양 미식 축제"라고 소개했다. 본격적인 주말을 앞두고 지난 10일 방문한 야시장에는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특별하게 보내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지난 10일 경북 포항시 구룡포 방파제에서 열린 '마켓피어나인'이 가운데 방문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거나 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성상영 기자]
◆과메기로 유명한 구룡포, 1박 2일 휴양지로 변신 중

이날 서울에서 차량으로 꼬박 4시간을 달려 도착한 구룡포 선착장에는 이미 여러 물건과 먹거리를 파는 부스, 푸드트럭이 즐비했다. 구룡포항 주차장에서 바라보면 붉게 칠한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입구가 시선을 잡아 끌었다. 중형급 이상 어선 수백척이 정박하고 수협 위판장이 크게 들어선 부두는 다소 삭막할 수 있었겠지만 화사한 색상의 상점들로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구룡포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로 야시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손님 맞을 준비를 마치고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온전한 주말은 아닌 탓에 야시장이 활기를 띠려면 좀 더 기다려야 했다. 마켓피어나인 준비를 이끈 김민 포항문화재단 팀장은 "토요일에 주로 방문객이 몰린다"며 "많을 때에는 하루 3500명, 보통 2000~3000명 정도 찾아주신다"고 전했다.

마켓피어나인은 문화체육관광부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 사업'으로 지난해 말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과메기철인 겨울과 여름 성수기 사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 사업은 지역 노후·유휴 관광 자원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야시장이 처음 들어설 당시 구룡포의 상황과 맞아떨어졌다.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한 포구라는 뜻의 구룡포는 마을 주민 대다수가 농·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1970년대 꽁치 조업이 성행하면서 어선을 만드는 조선소가 성행하기도 했다. 과메기를 말리는 덕장과 꽁치 통조림을 만드는 공장이 이 지역 주민 소득의 원천이었다.
마켓피어나인 야시장에 마련된 무료 바비큐장에서 꼬치구이가 익어가고 있다. [사진=성상영 기자]
구룡포는 겨울에는 반짝 인기를 누렸지만 사시사철 찾을 만한 관광 인프라가 부족했다. 항구에 들어선 횟집들은 오후 8시쯤이면 하나둘 문을 닫았다. 불야성과는 거리가 멀어 외지에서 관광객이 와도 점심이나 저녁 식사만 하고 일찍 떠나는 일이 대다수였다. 항구를 끼고 조성된 일본인 가옥 거리, 벽화마을, 과메기문화관, 근대역사관이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김 팀장은 "포항이 참 안타까운 게 자세히 들여다보면 관광 자원이 풍부한데 인접 도시인 경주가 너무 막강한 관광지다 보니 그늘에 가렸다"고 말했다. 포항 시내에서 구룡포까지는 차로 15~20분 남짓 거리지만 포항시민들조차 구룡포와 포항은 서로 다른 곳이라고 생각해 가끔 기분 내러 찾는 정도라고 했다.

마켓피어나인은 구룡포 마을을 활성화하기 위한 실험이다. 고작 한두 시간 들렀다 가는 곳이 아닌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1박 2일 동안 머무를 수 있는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게 야시장이 들어선 진짜 이유다. 김 팀장은 "지역 상인들이 부스 운영은 물론 축제 기획에 직접 참여하고 자생적인 관광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경북 포항시 구룡포 방파제에서 야시장 축제인 '마켓피어나인'이 열리고 있다. [사진=성상영 기자]
◆'바가지' 없는 미식 축제 지향…숙박 인프라는 숙제

야시장 준비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해양 미식 축제를 내세운 야시장인 만큼 먹거리에 신경을 써야 했다. 구룡포에서 해녀가 채취한 각종 해산물을 숯불에 구워 먹을 수 있는 무료 바비큐장이 해법 중 하나였다. 구룡포는 제주도 다음으로 해녀 인구가 많은 곳이다. 야시장을 통해 해녀는 소득을 올리고 관광객은 바닷가에서 분위기를 내며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게 하자는 아이디어다.

또 한 가지는 축제가 열릴 때마다 논란이 되는 '바가지'였다. 최근 일부 축제장에서 돼지고기 몇 점에 4만원을 받고 손바닥만한 파전을 1만8000원에 팔아 문제가 됐다. 마켓피어나인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푸드트럭 입찰 과정에서부터 가격을 심사했다. 비싼 음식값의 원인인 자릿세도 최소화했다.

실제 서울 유명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7000원짜리 밀크쉐이크를 마켓피어나인에서는 절반 가격에 살 수 있었다. 닭강정, 조각 스테이크, 소고기 초밥 같은 음식은 1만~1만2000원에 판매됐다. 날이 어두워지고 사람이 모여들면서 푸드트럭과 바비큐장에는 음식을 굽고 지지는 불길이 멈추지 않았다.
마켓피어나인에 입점한 푸드트럭에서 상인이 소고기 초밥에 불질을 하고 있다. [사진=성상영 기자]
구룡포 활성화 프로젝트인 마켓피어나인이 성공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식당이 많은 데 비해 숙박 인프라는 부족해서다.

방문객이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야시장에서 맥주와 함께 '2차'를 즐기더라도 잘 곳이 마땅치 않다. 포항문화재단은 민박에 호텔 개념을 결합한 '마을호텔'을 기획 중이다. 마을호텔은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소규모 숙소에 호텔의 컨시어지(접객) 서비스를 도입해 질을 높인 숙박 시설이다.

한편 마켓피어나인은 오는 6월 2일을 끝으로 상반기 장을 마감한다. 상반기 야시장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 하반기 늦가을이나 겨울에 제철 수산물로 돌아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