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K-방산 서·북유럽에선 '고배' 동유럽에선 '잭팟'···"안정적 성장하려면 '국산화율' 높여야"

유환 기자 2024-05-05 07:00:00
동유럽에선 조 단위 수주, 서·북유럽에선 고배 동유럽 러우전쟁에서 국가 존립 위기감 느껴 전쟁특수 이후에도 실적 내려면 부품 국산화 필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제조한 K-9이 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코노믹데일리] 동유럽에서 연일 잭팟을 터뜨리던 우리나라 방위산업(이하 K-방산)이 서·북유럽에선 힘을 못 쓰고 있다. 전문가는 유럽 안에서도 군비 확충에 차이를 보이는 이유로 지정학적 위기감을 거론했다.

실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두 나라와 국경을 맞댄 국가들은 발 빠르게 재무장에 나섰다. 동유럽 국가들이 군비 확충을 위해 주목한 나라는 K-방산을 앞세운 한국이다. 

폴란드의 경우 군 현대화를 추진하며 2022년 한국과 약 20조원 규모의 무기 도입 계약을 맺었다.

K-방산은 올해도 동유럽 국가인 루마니아에 대규모 방산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루마니아 신형 자주포 도입 사업에서 K-9 자주포 하나만 후보로 남은 상황이며 이르면 다음달 중 정식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K-9 자주포 54문을 인도하며 1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3일 동유럽 수주 성과의 원인으로 "폴란드와 루마니아는 러시아에 의해 영토가 분할됐던 역사적 경험이 있다"며 "두 국가 모두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보며 국가 존립에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K-방산에 관심을 두는 이유로 "무기 도입 시급한 상황에서 납기를 맞출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서·북유럽에서 K-방산이 연거푸 고배를 마시는 이유가 됐다. 영국 국방성은 차기 자주포 도입 사업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대신 독일 KMW사의 RCH-155를 선정했다고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해엔 노르웨이 차기 전차 사업에서 현대로템의 K-2 흑표 전차가 떨어지고 독일 KMW의 레오파트 2A7가 선택됐다.

영국과 독일은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의 핵심 국가로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노르웨이에게 독일은 자국 액화천연가스(LNG) 최대 수입국이다. 동유럽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기감이 덜한 두 국가가 독일제 자주포·전차의 선정한 배경도 이런 지정학적 관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방산업체가 속칭 '죽음의 상인’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실적을 전쟁 리스크에 의존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방산 수출액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30억 달러(약 4조원)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 전쟁으로 지난해 방산 수출액은 130억 달러(약 17조7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좋은 실적을 거뒀다. 전쟁이 끝난다면 수출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 교수는 국산화율을 높여 장기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국산 부품 수입을 줄여 불황에도 버틸 수 있도록 영업이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2021년 국내 방산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6%로 제조업 평균 6.8%보다 2.2% 포인트 낮았다.

지난해 호주 수출에 성공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AS-21 레드백 장갑차의 경우에도 국산화율이 절반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 24억 달러(약 3조2700억원) 규모로 129대를 수주했지만 정작 해외에서 부품을 사 오는데 절반 이상 사용한 셈이다. K-2 흑표 전차의 경우에도 엔진과 변속기를 연결하는 파워팩을 독일로부터 수입하다 뒤늦게 국산화했다.

최 교수는 "국산화율을 높여 장기적 수익성을 올리고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국 시장에서 맞춤형 공략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