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힘과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108석을 얻는 데 그친데 비해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해 범야권 의석은 모두 합해 192석에 이른다.
여당이 개헌 저지선만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으로 패배한데다 집권 3년차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레임덕'에 빠질 경우 관련 법안과 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클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 중 하나가 에너지 정책이다. 여야는 각자 원전과 재생 에너지 확대를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웠다.
12일 총선 기간 여당과 야당이 내놓은 총선 공약집을 분석해 보면 에너지 정책에 대한 여야간 입장차를 확인할 수 있다.
윤석열정부와 함께 원자력 발전소 확대를 주장해 온 국민의힘은 총선 공약집에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원전에 유리하게 전력 시장을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담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선 300메가와트(㎿)급 이하의 원전을 SMR로 구분한다. 700㎿ 이상 대형 원전에 비해 방사성 폐기물이 적게 나오고 대형 사고 가능성이 낮은 게 장점이다.
반면 민주당에선 재생 에너지 확대를 강조해 왔고 총선 공약집에서도 에너지 관련 공약으로 재생 에너지 우선 구매 제도와 가격 안정성 보장을 핵심으로 거론했다.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이용해 분산형 에너지 공급 체계를 만들어 효율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공약집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원전 중심의 에너지 공급 체계에 반대한다"며 "신규 원전 건설과 수명 연장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양쪽 모두 각자의 논리에 맞춰 장점만 부각하고 있지만, 보완할 부분도 많다.
정부·여당의 SMR 개발은 현실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있다. 경제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부분은 흠이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전 세계에서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뚜렷한 결과물이 없어서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나 원전 사고의 위험도 여전히 존재해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야당의 탈원전도 설익은 정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탈원전과 재생 에너지 확대로 앞서 나가던 독일의 경우 2022년 주택용 전기요금이 29유로로 전년(2021년) 16유로 대비 81.2% 상승했다.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징검다리 역할을 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부에서 탈원전에 대한 성토가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정권에선 재생 에너지에 대한 비율을 늘리며 원전이 상대적으로 홀대 받았다"며 "이번 정권에선 원전에 힘을 주는 모습인데 진행 상황은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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