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화그룹 사업구조 개편 '숨은 뜻'…3남 김동선 역할 '주목'

성상영 기자 2024-04-10 18:00:00
[뚜렷해진 한화그룹 승계 플랜] 계열사 재편으로 '선택과 집중' 방산·금융보다 덩치 작은 유통 AI·로봇은 3남 김동선 품으로?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사진=한화그룹]
[이코노믹데일리] 한화그룹이 최근 사업 구조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3세 승계의 향방으로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김동관·김동원·김동선 세 아들에게 분야별로 기업을 나눠주는 시나리오에 일찌감치 무게가 실렸다. 한화 측은 계열사·사업 분할과 합병을 통해 체계를 재정비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승계를 위한 밑작업이라는 관측이 끊이질 않고 있다.

10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지주회사격인 ㈜한화와 계열사의 사업 일부를 연관성이 큰 계열사에 재분배한다는 게 사업 구조 개편의 골자다. 또 계열사 사업 중 비주력 부문은 따로 떼어내 전문성을 강화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구체적으로 ㈜한화는 건설 부문에서 해상풍력, 글로벌 부문에서 플랜트를 분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산하 조선사인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에 넘겨준다. ㈜한화에서 물적분할한 모멘텀부문(한화모멘텀)은 이차전지 장비와 공정 자동화만 남기고 태양광 장비는 해당 사업을 하는 한화솔루션에 붙인다.

이렇게 되면 ㈜한화에는 개발·인프라 사업 중심의 건설과 첨단산업 소재, 친환경 솔루션 위주의 글로벌만 남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항공·조선·방산에 이어 발전 설비까지 맡게 된다.

단순히 사업 분할·재합병 구도만 놓고 보면 일각에서 제기된 '승계'라는 키워드는 읽어내기 어렵다. 여러 사업이 체계 없이 계열사와 ㈜한화에 흩어져 있어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고 운영이 비효율적이라는 내부 판단이 작용했다는 데 힘이 실린다.

그러나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선 부사장 간 역할을 명확히 하려는 게 숨은 의도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그 동안 재계에서는 장남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방산과 화학·에너지를 가져가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유통·레저를 챙기는 시나리오가 정설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앞으로 향배를 주목해야 할 계열사는 한화로보틱스, ㈜한화에서 분할 예정인 한화모멘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독립하는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칭)다.

신사업 성격이 강한 한화모멘텀과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한화로보틱스를 김동선 부사장이 맡게 되면 세 형제 간 균형이 맞춰진다는 접근도 가능하다. 그 동안 한화그룹 핵심 사업 중 덩치가 큰 방산과 금융을 제외하면 유통·레저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 계열사별 지난해 매출을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을 합쳐 22조6000억원이 넘는다. 한화손해보험을 포함한 한화생명 연결 매출은 22조9000억원에 이른다. 한화투자증권을 비롯한 다른 금융 계열사를 더하면 이보다 규모는 더 커진다. 반면 유통·레저 사업을 하는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둘을 합쳐 2조원 남짓으로 추정된다.

유통 부문을 중심으로 경영수업을 받은 김 부사장은 한화로보틱스의 전략기획 총괄을 맡고 있다. 한화로보틱스 지분 32%를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보유하고 있다. 중간 사업지주회사로 출범할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인공지능(AI) 솔루션과 차세대 반도체 장비가 주력 분야다. 향후 한화로보틱스와 시너지를 낼 요인이 다분하다.

현 단계에서 세 형제를 주축으로 한화그룹이 계열분리까지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과 항공우주 사업에 집중하되 차기 총수로서 동생들을 이끌고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독립적으로 각자 맡은 영역을 책임지는 형태가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