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운반선 대비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아 VLCC를 수주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던 국내 조선사들도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지난달 한화오션은 VLCC 2척을 3420억원에 수주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고가라고 밝혔다. 같은 달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도 VLCC 2척 약 3439억원에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가 손익분기점으로 정해놓은 선가인 9000만 달러를 웃돌면서 수주에 여력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조선소의 배를 건조할 독(dock)이 가득 차면서 국내 조선사로 주문 물량이 넘어온 영향이다. 전 세계 수주량 1위인 중국 조선사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선가로 글로벌 VLCC 시장도 주도했다. 지난해 중국은 전 세계 유조선 주문량의 72.1%를 가져갔다.
VLCC가 발주가 쏟아지는 배경에는 수급 불균형이 있다. 원유 물동량은 꾸준히 늘면서 당장 운반할 선박이 없는 것이다. 폐선이 임박한 노후선이 많고 러시아 국적 선박 사용이 제한된 상황이라 공급은 줄었다.
글로벌 환경 규제도 VLCC 수요를 올리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로 점차 폐선되는 노후선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동안 탱커 선복량은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몇 년간 발주량이 많이 줄어 신규 주문을 할 선주들이 많이 남은 영향도 있다. VLCC는 2022년 3척 발주됐고, 지난해 그보다 조금 많은 18척이 계약됐다. 그 결과 올해 첫 두달 동안만 19척의 VLCC 계약이 있었다. 지난 15일까지 총 23척이 계약됐다.
선사들이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선박을 구하면서 VLCC 중고 선가도 뛰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고 VLCC 가격은 2021년 초반과 비교해 98% 올랐다. 10년 넘은 VLCC 가격도 67% 상승했다.
다만 조선 3사가 해당 선종을 지속적으로 수주할지는 미지수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6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VLCC 수요는 앞으로 굉장히 견조할 것으로 보이나 중국이 제시하는 선가를 우리가 맞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건조 현장에서 원하는 수준으로만 수주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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