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철강업계 반덤핑 제소 고심...수익성 악화 원인

임효진 기자 2024-03-11 16:50:18
포스코·현대제철, 수입 덤핑 조사 신청 검토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재고 물량 대거 유입 높아진 원료 가격…제품에 반영 못한 영향도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에서 열연강판이 생산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
[이코노믹데일리] 2020년부터 시작된 시황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 시장에 물밀듯이 쏟아지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1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고로(용광로) 운용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중국·일본산 수입 열연강판에 대한 덤핑 조사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산과 중국산 철강은 전체 수입량의 52.5%, 42.4%를 차지하고 있다. 수입 철강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수입 제품이 국내산보다 5~10% 낮은 가격에 공급되면서 국내 철강사들은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열연강판은 전년 대비 24.4% 증가한 422만2000톤(t)이다. 일본과 중국산은 각각 221만7000t, 179만t으로 전년보다 29.9%, 26% 늘었다. 일본은 엔저를 등에 업고 저가 수출에 나섰고, 중국은 건설 경기 침체로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열연강판 재고 물량을 해외로 내보내고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의 원인이 된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는 2021년부터 시작돼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등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보다 9.6% 줄었다. 중국 경제의 약 25%를 차지하는 부동산이 회복되지 못하면서 철강 시장도 급속도로 냉각된 것이다.

중국 대형 철강사들이 자국 내 수요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재고 물량을 해외로 돌리면서 지난 1~2월 중국의 철강 제품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2.6% 늘어난 1591만t을 기록했다. 이처럼 수출량이 꾸준히 늘어난 이유는 중국이 경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생산량 감축을 강하게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철강사들이 수요 위축에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서 철강재의 원료인 철광석과 원료탄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원료탄은 조강 생산량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호주 등 광산으로부터 연료탄 수요가 늘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은 높아진 원료 가격을 판가에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런 가운데 수입 철강재를 찾는 제강사와 중소·중견 기업이 늘어나면서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시장 상황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철강사에서도 영업 등 판매 부서를 중심으로 제소 검토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